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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대선 후폭풍… 친러 극우 후보 당선에 現대통령 “이양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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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총선 결과의 연장선’ 반발

지난 10월 총선에서 친(親)러시아 집권 여당이 승리하면서 선거 부정 시비가 일었던 조지아가 대통령 선거 결과를 놓고도 극심한 혼란을 겪게 됐다. 여당이 내세운 축구 선수 출신 극우 후보가 새 대통령으로 뽑힌 가운데, 무소속 친유럽 성향 현직 대통령은 “이번 대선 결과는 조작된 총선 결과의 연장선”이라며 대통령직 이양을 거부하고 있다. 간선제의 대통령 선거인단 절반은 지난 총선에서 뽑힌 국회의원이다.

조지아 중앙선거위원회는 14일 대선에서 집권 여당 ‘조지아의 꿈’ 소속 미헤일 카벨라슈빌리(53) 후보가 당선됐다고 선언했다. 1990년대 축구 국가대표 출신으로,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에서 뛰면서 유명해진 인물이다. 2016년 조지아의 꿈에 입당해 지금까지 두 번 국회의원을 지냈다. 서구적 가치가 조지아의 전통문화와 가족제도를 파괴하고 유럽연합(EU)이 조지아의 주권을 침해하고 있으며, 이민자와 성소수자를 내쫓아야 한다는 친러·극우적 주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선거인단 300명 중 224명의 표를 얻으면서 법정 필요 득표수(200표)를 무난히 넘었다. 문제는 선거인단 구성에서 발생했다. 선거인단 300명은 국회의원 150명과 같은 수의 지방자치단체 대표들로 구성된다. 살로메 주라비슈빌리 현 대통령과 야권은 이 중 불법적으로 치러진 지난 총선에서 뽑힌 국회의원들은 대표성이 없고, 이들이 참여한 대선 결과 역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정부 시위대도 이날 “총선과 대선을 다시 실시하라”며 거리에 나섰다.

조선일보

조지아 국회의사당 앞 반정부 시위 - 14일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의 국회의사당 앞에서 경찰의 폭행으로 부상당한 이들의 사진을 든 시민들이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조지아에서는 지난달 말 유럽연합(EU) 가입 협상을 중단한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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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당시 주라비슈빌리 대통령과 야당 들은 러시아의 선거 개입 의혹을 강력하게 제기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선전·선동, 투표함 조작, 유권자 위협과 매표 행위 등이 광범위하게 벌어졌다는 이유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미국 국제공화연구소(IRI) 등 국제 선거 감시 단체도 “총선 투표 과정에서 심각한 위법행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EU도 “명백한 부정선거 의혹이 있다”며 독립적 조사를 촉구했다.

이번 대선이 사상 첫 간선제로 치러지면서 문제가 더 커졌다. 조지아는 1991년 소련에서 독립한 뒤 줄곧 직선제로 대통령을 뽑다가 2018년 개헌을 통해 간선제로 바꿨다. 2012년부터 의회를 장악해 온 조지아의 꿈이 대통령의 힘이 강한 기존 이원 집정부제에서 총리가 실권을 갖는 혼합형 의원내각제로 변화를 꾀하면서다. 조지아의 꿈은 대통령 선거 방식도 간선제로 바꾸면서 의회 다수당 출신이 당선되기 쉽게 만들었다.

주라비슈빌리 대통령은 “부정·불법 선거를 인정할 수 없다”며 “계속 대통령직에 머물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따라서 29일로 예정된 차기 대통령 취임식이 제대로 열릴지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집권 조지아의 꿈은 “대통령과 야당이 헌법과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며 연일 비난하고 있다. 앞서 조지아의 꿈이 친러를 표방하며 EU 가입 중단을 선언하자 수도 트빌리시 등에서는 여당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벌어졌고, 정부는 이를 강경 진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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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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