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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월)

청년작가 등용문 닫고, '깜깜이' 수상도... 논란 빚은 공예 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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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회 공예트렌드페어 15일 폐막
청년작가 등용문 '대학관' 일방 폐지
공예계 "미래 세대 기회 박탈" 비판
공진원장 "박람회 수준 높이려고"
공지·설명 뺀 '올해 공예상'도 논란
한국일보

15일 막을 내린 '2024 공예트렌드페어'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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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폐막한 국내 최대 공예 박람회 '공예트렌드페어' 뒷말이 무성하다. 올해도 수만 명의 관람객이 몰리며 흥행했지만 매해 운영해온 '대학관'을 폐지하고 공예상 수상자를 사전 공지 없이 선정해 빈축을 사고 있다.

청년작가 인큐베이터 대학관 폐지


공예트렌드페어 주관기관인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공진원)은 이번 행사를 앞두고 매년 전국의 공예·디자인 학과를 대상으로 진행했던 대학관 참가 공모를 받지 않았다. 올해부터 학생 작가들이 참여하는 대학관을 전격 폐지하기로 결정하면서다.

공예트렌드페어는 공예작가와 공방, 기업, 전문갤러리 및 기관 등 다양한 공예분야 종사자들이 참여해 공예작품을 전시하는 국내 대표 공예 전문 박람회다. 동시대 우수한 공예품을 소개하고 잠재력 있는 공예 작가를 발굴하는 플랫폼으로서 19년째 이어졌다. 특히 공예 관련 학과의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에게 부스를 제공하고 일부에 '우수작품상'을 수여하는 대학관은 공예트렌드페어의 공적 취지를 살리는 핵심 이벤트로 자리매김했다.

대학관 부스는 통상 20개 안팎으로 운영됐다. 통상 부스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학교의 재정 지원을 받아 브랜드 기획부터 작품 제작까지 수개월 준비한다. 지난해에도 전국 24개 대학(팀)이 선정돼 금속·도자·유리·옻칠 등 다양한 공예 작품을 선보이고 세 팀이 공진원장 명의의 작품상을 받았다. 일부 출품작은 전문 브랜드관에 견주어 신선하고 창의적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대학관이 우수한 신진 작가의 데뷔를 돕는 인큐베이터로 인식돼온 만큼 상당수 공예인들이 주최 측의 갑작스러운 폐지 통보에 우려를 금치 못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학관 폐지에 대해 "공예트렌드페어는 단순한 박람회가 아니라 다양한 세대의 작가가 모여 공예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는 교류의 장이자 축제다"라며 "미래 공예의 리트머스지와 같았던 대학관을 일방적으로 폐지한 건 19년 역사에서 씻을 수 없는 오점"이라고 지적했다.

공진원 측은 이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학관 폐지를 주도한 장동광 공진원장은 "학생의 본분은 학업에 충실한 것이고, 일찍부터 프로들의 세계에 기웃거리는 것은 맞지 않다"며 "공예트렌드페어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필요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공모 절차 없앤 '깜깜이' 수상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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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공예트렌드페어 포스터.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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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진원이 발표하는 '올해의 공예상'은 사전 공모 절차를 생략해 '깜깜이' 수상 논란에 휩싸였다. 올해 7회를 맞은 올해의 공예상은 매년 6~10월 각 분야 관계자들로부터 후보를 추천받아 검토한 후 12월 공예트렌드페어에서 상을 수여한다. 하지만 올해는 사전에 공모 요강이나 모집에 대한 안내가 없었다.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는 수상의 기본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수상자 면면과 이력을 봐도 젊은 창작자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상의 취지에 부합한 것인지 회의적"이라고 꼬집었다.

공진원 관계자는 이에 "공예상 선정에 대한 세부 지침이 따로 없어 벌어진 일로, 불필요한 논란을 없애기 위해 향후 관련 절차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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