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통일부장관(왼쪽)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나와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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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는 “대북전단 문제는 최근 정세 및 상황의 민감성과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접근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통일부는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 현안보고 자료를 통해 “대북전단 민간단체들에 대해 신중 판단을 지난 12일 이미 요청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통일부는 “유관기관, 관련 단체, 접경지역 주민들과의 긴밀한 소통 등 상황 관리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대북) 전단 등 살포 문제는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고려해 접근하고 있다”던 통일부의 기존 정책기조를 바꾼 것이다. 통일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묵인하며 사실상 방조해오던 기존 태도에서 벗어나 ‘살포 자제 요청, 방지’ 쪽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기겠다는 뜻이다. ‘12·3 내란 사태’로 국회가 ‘대통령(윤석열) 탄핵 소추’ 결의안을 의결한 국내 정치 지형의 중대 변화에 따른 정책 기조의 급선회다.
통일부는 지난 5월10일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대북전단 살포 이후 남과 북의 ‘대북전단↔쓰레기 풍선’ 주고받기로 남북 갈등이 높아지는 와중에도 헌재의 결정을 방패 삼아 전단 살포를 막지 않아왔다. 경기도·파주시 등 접경지역 지방정부와 주민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막아달라는 거듭된 요청에도 사실상 모르쇠로 일관해왔다.
앞서 헌재는 2023년 9월26일 대북전단 살포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살포 주체를 일괄적으로 형사범으로 처벌하는 건 헌법의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며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한 남북관계발전법 24조의 일부 조항에 대해 위헌 평결을 내렸다. 헌재는 위헌 결정과 함께 ‘사전 신고제’의 도입, 관할 경찰서장의 ‘살포 금지 통고’ 등 입법적 보완으로 대북전단 살포를 제한할 필요성을 강조했으나, 윤석열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를 묵인·방조해왔다.
통일부가 이날 대북전단 문제를 다룰 때 ‘최우선적 고려’ 사항이라고 강조한 “최근 정세 및 상황의 민감성”은 12·3 내란사태와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을 염두에 둔 표현이다. 이와 관련해 내란 혐의로 구속된 김용현 전 국방장관 등 내란 주모자들이 비상계엄의 빌미로 삼으려 북쪽의 도발을 유도했다는 각종 의혹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통일부가 또다른 ‘최우선 고려’ 사항이라 언급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접경지역 지자체와 주민들이 대북전단 살포를 막아달라고 정부에 호소할 때 가장 중요하게 강조한 명분이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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