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차주경 기자] 튀김, 부침 등 요리를 하고 나서 남은 폐식용유를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사실, 폐식용유는 아주 큰 가치를 가진 자원이다. 이것을 모아 정제해서 비행기 항공유를 포함해 여러 연료를 대체하는 바이오 디젤을 만드는 것이 사례다. 그래서 가장 좋은 처리 방법은 폐식용유만 깔끔하게 모아서 다시 쓰는 것이다.
하지만, 폐식용유를 깔끔하게 모으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정에서는 폐식용유를 대부분 키친 타월로 닦아 일반 쓰레기로 버리니 수거가 잘 되지 않는다. 폐식용유 수거함이 있어도 그렇다. 폐식용유를 모으는 과정에서 물이나 음식물 찌꺼기가 함께 들어가는 일이 잦은데, 이러면 가치가 낮아지고 정제하기도 어려워진다.
리피드를 소개하는 이충호 대표(강연자) / 출처=리피드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래서 최근에는 폐식용유 전문 수거 기업이 속속 등장했다. 이 가운데 서울경제진흥원(이하 SBA)와 함께 성장 중인 스타트업 ‘리피드’가 선택한 전략은 사뭇 색다르다. 다른 기업이 폐식용유를 많이 모으는데 집중할 때, 이들은 폐식용유의 순도 인증을 중요하게 여긴다.
리피드를 세운 이충호 대표는 우리나라 굴지의 석유화학회사에서 일하며 폐식용유 재활용과 바이오 항공유 제조 신사업을 기획했다. 이 때 그는 폐식용유 재활용 기술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수거 기술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미국 하버드 대학 케네디스쿨 정책대학원에서 탄소중립을 공부하면서 이충호 대표는 폐식용유가 탄소배출권 확보를 도울 유망 소재라는 점을 깨닫고 이것의 수거와 재활용 시장에 투신하기로 마음 먹는다.
회의 중인 리피드 임직원들 / 출처=리피드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리피드 창업을 결심한 이충호 대표의 옆에 원군이 속속 모였다. 그와 함께 석유화학회사에서 10여 년 동안 일한 원료 트레이더, 전준봉 이사가 먼저 합류했다. 그는 리피드의 수익화 전략을 세운다. 언론사와 스타트업 보육 경력을 가진 유정환 이사는 리피드의 연구개발을 지휘한다. 김보람 이사도 경력을 살려 바이오 디젤 컨설팅, 대관 업무 등 영업·서비스 기획을 맡는다.
리피드는 먼저 폐식용유가 어디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지, 이것을 정제해서 가치를 만들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조사한다. 답은 각각 아시아와 순도 인증이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베트남, 인도 등 아시아의 여러 나라는 음식을 만들 때 기름을 많이 쓴다. 하지만, 아시아의 폐식용유 수거와 순도 인증 시스템은 낙후됐다.
현장에서 기술을 연구 중인 리피드 임직원 / 출처=리피드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시아 나라 대부분이 폐식용유를 자판기형 기기로 수거한다. 사용자가 폐식용유를 가져와서 기기에 붓고, 무게에 따라 보상을 받는 구조다. 그런데, 이 때 폐식용유에 물이나 이물질을 넣어 무게를 부풀리는 식으로 보상을 더 받으려는 사용자가 나온다.
이러면 보상을 낭비한다. 이것을 감시하는 인력이 수많은 수고를 들여야 한다. 나아가 물이나 이물질이 들어간 폐식용유는 순도가 낮기에 가치가 낮아지고, 정제에도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한다. 폐식용유의 순도 인증 시스템이 있으면 이를 막지만, 제대로 이 시스템을 만드는 곳이 없었다.
전시회에서 기술을 설명하는 리피드 / 출처=리피드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충호 대표는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폐식용유 순도를 인증하는 특허 기술을 만들었다. 휴대용 기기로 폐식용유 사진을 찍으면 비전 인공지능이 이를 분석, 수분 함량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구조다. 이 기술의 장점은 정확한 점, 그리고 휴대용 기기로 사진만 찍으면 모든 과정이 자동으로 이뤄져 데이터 조작 가능성을 없애고 편의는 높인 점이다.
폐식용유 수거와 인증 시스템을 만든 리피드는 우리나라, 나아가 기름을 많이 쓰는 아시아의 나라에서 실증을 거쳤다. 그리고 효용을 증명했다. 이충호 대표는 리피드의 기술이 일반 소비자와 기업, 기관 모두에게 이롭다고 말한다.
전시회에서 기술을 설명하는 리피드 / 출처=리피드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일반 소비자들은 지금까지 그냥 버리던 폐식용유를 간편하게 모으고 판매해 수익을 얻는다. 기업은 순도 높은 폐식용유를 확보, 정제해서 다양한 상품을 만든다. 탄소배출권도 그렇다. 특히 정유사에게 유용하다. 순도가 우수한 폐식용유를 얻는 덕분이다. 기존 폐식용유 수거 기업이 리피드의 기술을 쓰면, 수거한 폐식용유의 품질과 분량을 자동 기록하고 관리 가능하다. 나아가 인증 단계별 암호화 기술 덕분에 자신의 영업 데이터를 안전하게 지킨다.
이 가운데에서도 이충호 대표는 리피드의 기술을 정부 기관이 꼭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의 환경과 폐기물 인증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잘 만들어졌다. 하지만, 폐식용유의 처리에 한해서는 개선할 여지가 있다.
전시회에서 기술을 설명하는 리피드 / 출처=리피드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금 우리나라 치킨 가게에서 나오는 폐식용유의 양은 사실상 집계가 불가능하다. 폐식용유 수거를 기업에게 의뢰하는 경우도 있고, 제도 문제로 그냥 생활 폐기물로 버리는 경우도 있어서다. 이 과정에서 폐식용유의 절반 이상이 낭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도를 바꿔서 폐식용유의 순도와 수거량을 명확하게 관리하면 이를 새로운 자원으로 활용 가능하다.
가장 좋은 예시가 항공유다. 우리나라는 세계 항공유 수출량 1위 국가다. 그런데, 2025년부터 유럽 나라에 항공유를 수출하려면 지속가능항공유를 2% 이상 섞어야 한다. 이 비율은 꾸준히 높아져 2050년에는 지속가능항공유를 70% 이상 섞어야 한다. 이 지속가능항공유 가운데 하나가 폐식용유로 만드는 연료다. 즉, 폐식용유 제도를 잘 정비하면 항공유 시장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 가능하다. 해외에서 폐식용유를 수입할 우려도 없다.
일본 전시회에서 기술을 설명하는 리피드 / 출처=리피드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충호 대표는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거둔 후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의 폐식용유 제도를 점차 개선할 계획이다. SBA도 이 계획을 돕는다. 2022년 리피드의 베트남 진출을 도왔다. 덕분에 리피드는 지금 베트남 직원만 25명을 운용한다. 이어 SBA는 리피드의 인도 진출을 이끌고 식품과 의약을 관장하는 정부 기관과의 협업도 주선했다. 최근에는 리피드의 프리 A 시리즈 투자 라운드에 참가, 직접 투자도 했다.
지원을 토대로 리피드는 베트남과 인도 법인 설립을 마쳤다. 의미 있는 수준의 매출도 올렸다. 이충호 대표는 2025년을 리피드의 도약기로 소개한다. 먼저 베트남과 인도 외에 다른 아시아 국가에 진출, 폐식용유 수거와 인증 사업의 범위를 넓힌다. 사업 경력을 쌓은 후에는 폐식용유 인증 기술, 체계를 세계 각국 정부의 조언을 토대로 고도화한다. 지금 세계 여러 나라가 쓰는 폐식용유 인증 기준은 유럽이나 미국의 것이다. 이것을 아시아의, 리피드의 인증 기준으로 바꾸는 것이 이들의 도전 과제다.
리피드 팀 / 출처=리피드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충호 대표는 “리피드의 폐식용유 인증 기술이 우리나라와 아시아, 나아가 세계 시장을 모두 아우르는 기술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폐식용유 수거와 인증을 토대로 정제와 고부가가치 상품화 역량까지 갖춰, 세계 폐식용유 유통 생태계 구축이라는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발전하겠다.”고 밝혔다.
IT동아 차주경 기자(racingcar@itdonga.com)
사용자 중심의 IT 저널 - IT동아 (it.donga.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