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군용 차량들이 골란고원 마즈달 샴스 마을에서 국경 비무장 완충지대를 향해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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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시리아의 위협’을 명분으로 1967년 시리아로부터 빼앗은 골란고원 점령지에 유대인 정착촌을 확대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최근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독재정권 붕괴에 따른 혼란을 틈타 또다시 영토 분쟁에 불을 붙인 것이다. 미국을 제외한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점령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어, 이스라엘의 점령지 확대 시도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골란을 강화하는 것이 이스라엘을 강화하는 것이며, 지금 이 시기에 특히 중요하다”면서 골란고원 내 유대인 정착촌을 확대해 이곳 인구를 2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골란고원, 또 영토 분쟁 불씨로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 당시 시리아 영토인 골란고원을 빼앗아 현재까지 이곳의 80%를 점령하고 있다. 유엔은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통해 이를 ‘불법 점령’으로 규정했고 국제법상 여전히 시리아 영토지만, 이스라엘은 반환을 거부하고 실효 지배를 굳혀 왔다. 1981년에는 아예 골란고원을 자국 영토로 편입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스라엘은 3차 중동전쟁 당시 골란고원 외에도 이집트 북부 시나이반도와 요르단강 서안지구, 가자지구 등도 점령했다. 이후 시나이반도는 이집트에 돌려줬고, 요르단으로부터 빼앗은 서안지구도 팔레스타인 자치령으로 일부나마 반환했다. 가자지구에선 2005년 병력과 정착촌을 철수했다. 그러나 유독 골란고원에 대해서는 자국 영토임을 고집하고 있다.
이는 골란고원이 이스라엘의 주요 식수원이자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골란고원은 갈릴리 호수의 수원으로 이스라엘은 자국 수자원의 40%를 이곳에 의존하고 있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와 불과 60㎞ 떨어져 있어 이스라엘은 이곳 점령으로 시리아를 견제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무기 공급로를 파괴한다는 명목으로 골란고원을 발판 삼아 시리아 영토를 지속적으로 공격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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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란고원에는 아랍계 소수 민족으로 시리아인 정체성을 갖고 있는 이슬람 소수 종파 드루즈파 주민 2만4000여명이 살고 있다. 점령 이후 이스라엘이 자국민을 집단 이주시키면서 유대인 3만1000여명도 이곳에서 포도 농업과 관광업에 종사하며 살고 있다. 골란고원에는 유대인 정착촌이 30곳 넘게 조성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믿을 구석은 트럼프뿐? 이스라엘, 왜 지금 골란고원 점령 굳히나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인 서안지구에서 국제사회가 ‘불법’으로 규정한 유대인 정착촌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온 네타냐후 정부가 골란고원에서도 정착촌 확대에 시동을 건 것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보인다.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어젯밤 내 친구이자 미국 대통령 당선인인 트럼프와 모든 것을 논의했다”고 밝힌 뒤 곧바로 골란고원 정착촌 확대를 발표했다.
2019년 3월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왼쪽)이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을 인정하는 포고령에 서명한 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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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인은 1기 정부 때인 2019년 ‘골란고원은 이스라엘 영토’라는 포고문에 서명하며 해묵은 영토 갈등에 불을 붙였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고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등 확고한 ‘친이스라엘’ 행보의 연장선이었다.
그러나 이는 골란고원에 대한 유엔 안보리 결의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정으로, 유엔 등 국제사회는 미국의 노골적인 ‘이스라엘 편들기’를 공개 비판했다. 특히 미국의 골란고원 접근법이 러시아가 무단 점령한 우크라이나 크름반도에 대한 입장과 상충되며 ‘이중잣대’라는 비판이 일었다. 국제법상 침략으로 강탈한 점령지는 영토로 인정되지 않으며,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크름반도 점령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독일 외교부는 16일 “이 지역은 시리아에 속하기 때문에 이스라엘은 국제법상 점령국임이 명백하다”며 골란고원 정착촌 확대 계획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네타냐후 총리는 시리아 알아사드 정권이 지난 8일 반군의 공세에 밀려 붕괴되자, 곧바로 골란고원 ‘비무장 완충지대’에 탱크를 진격시키며 영토 확장 야욕을 드러냈다. 이스라엘군이 시리아 영토 내 완충지대에 진입한 것은 50년 만에 처음으로, 이는 양국 간 휴전협정 위반이다.
시리아는 빼앗긴 골란고원을 찾기 위해 이집트와 함께 1973년 4차 중동전쟁을 일으켰으나 탈환에 실패했고, 이듬해 이스라엘과 휴전협정을 통해 시리아 영토 내 비무장 완충지대를 설정했다. 유엔휴전감시군(UNDOF)이 반세기 가까이 이곳에 주둔해 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알아사드 정권 붕괴 다음날인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시리아군이 진지를 포기했다”고 주장하며 “골란고원은 영원히 이스라엘의 일부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완충지대 침공이 자국 국경을 보호하기 위한 “임시 조치”라고 주장했으나, 국제사회에선 시리아의 영토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2019년 6월17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골란고원 점령지에서 이 지역 이름을 ‘트럼프 고원’으로 명명한 표지판 제막식이 끝난 뒤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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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반군, 싸우기 싫다는데…이스라엘, 시리아 공습 강화
이스라엘은 지상군 전진 배치와 함께 시리아 전역에 대한 공습도 확대하고 있다. 시리아 반군 조직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 지도자인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가 “장기간의 전쟁과 갈등으로 지친 시리아는 새로운 분쟁을 원치 않으며 그럴 여력도 없다”면서 “이스라엘과의 분쟁에 관심이 없으며 재건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음에도, 이스라엘은 여전히 시리아가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시리아 전역에 대한 공습을 강화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알아사드 정권이 붕괴 후 일주일간 시리아에 남은 무기를 파괴하겠다며 450차례 이상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고, 이스라엘과 싸울 생각이 없다는 반군 지도자의 성명 발표 이후에도 밤샘 공습을 통해 시리아 군 시설 수십 곳을 폭격했다. 이스라엘군은 최근 일주일새 시리아 공군 인프라 대부분을 파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이 시리아 군사력의 70% 이상을 파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우리는 시리아 상황에 개입하거나 시리아를 통치할 의도가 없다”면서도 시리아가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기 때문에 일종의 ‘선제 조치’를 취한 것이란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안보 위협이라고 판단한 근거가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 시리아 혼란 틈타···영토 야욕 드러내는 이스라엘, 시리아 침공
https://www.khan.co.kr/article/202412101623001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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