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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월)

탄핵 직후 날아오른 기쁨···“풍선이 아니어도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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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난 14일 ‘풍선 날리기’ 퍼포먼스로 시민들이 날린 풍선들이 나무에 걸려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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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순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는 시민들의 함성소리와 함께 ‘윤석열 퇴진’이 적힌 주황색 풍선들이 하늘로 떠올랐다. 모두가 기뻐하는 순간 멀어지는 풍선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는 시민들도 있다. 이들은 떠오른 풍선들이 미세플라스틱이 되거나 야생동물을 해칠까 봐 마음 편히 ‘풍선 날리기’에 차마 기뻐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들 시민은 “성장한 시민의식만큼 환경과 동물에도 안전한 시위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한다.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된 이튿날 ‘제로웨이스트샵 알맹상점’의 대표 고금숙씨는 온라인 캠페인 플랫폼에 ‘탄핵안 가결 풍선 날리기, 나만 불편해?’라는 캠페인 제안 글을 올렸다. 고씨는 16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풍선을 날리는 순간 ‘기쁜 순간인데 마음이 짜게 식더라’ ‘기쁜 일에 산통 깨는 것 같아 말을 못 하겠지만 쓰레기를 생각하니 슬프다’는 직원들의 반응이 이어졌다”며 “신년에도 풍선 날리기 행사가 계속될 걸 생각하면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글을 올린 이유를 설명했다.

고씨뿐 아니라 많은 시민이 풍선 날리기가 “불편했다”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의 한 이용자는 “길에 풍선을 버렸으면 욕을 먹었을 텐데 왜 하늘에 버리는 쓰레기에는 관대하냐”며 “생명이 죽을 수 있으니 하지 말자”고 했다. 고씨가 올린 글도 하루 만에 시민 200여명이 서명하며 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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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국민촛불대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이 지난 14일 아이스크림 용기를 재활용해 만든 응원봉을 들고 있다. 정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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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탄핵 집회는 ‘응원봉’으로 대표된 젊은 세대의 시위 참여, ‘선결제’가 보여준 시민들의 연대 등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주목을 받았다. 기후, 동물, 플라스틱 문제를 두고도 시민들은 성찰과 실천의 흐름을 만들었다. 한 예로 탄핵 집회의 상징이된 ‘플라스틱 응원봉’을 대체할 물품도 찾았다. 생수병, 콘 아이스크림 용기, 우유갑에 조명을 넣어 자체 제작한 ‘재활용 응원봉’이 대표적이다. 고씨는 “일용직 건설 노동자들이 응원봉 대신 자신에게 ‘소중한 빛’인 헤드 랜턴을 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색색의 응원봉이 다양한 이들의 염원을 상징하듯 환경을 생각해서 갖고 있던 물건을 활용하거나 직접 만들어 재활용하는 모습도 민주주의의 다양성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장은 “날아간 풍선을 야생동물들이 섭취하면 풍선이 위 장벽에 달라붙어 사망하게 할 수 있고 플라스틱 응원봉은 복합 재질로 이뤄져 철저히 분리 배출하지 않으면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 시민들이 이번 집회에서 음식 나눔을 할 때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회수하는 작업을 했는데 이처럼 집회에서도 환경을 위한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고씨는 “누군가는 환경을 생각하자는 제안을 ‘기쁜 순간에 산통을 깬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산통을 깨고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며 “사회의 발전은 불편하고 예민한 사람들로부터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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