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선포됐던 3일 이후 외교부 고위당국자가 미국과 소통하는 외교부 실무자들에게 계엄령은 정당하며, 미국이 신경 쓸 일이 아니라고 말하라고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6일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질의에서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외교부 간부단 회의 직후 계엄령 해제 전, 미국과 '(계엄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고 미국의 가치에도 부합하는 것이니 정당하다. 미국은 그러니까 가만히 있어라'라는 내용으로 소통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계엄 선포 직후에는 김홍균 제1차관은 해외 출장 중이었으며 강인선 제2차관은 한국에 머무르고 있었다. 한 의원은 "간부단 회의 직후 실무진에서 (미국과) 소통했다는데 차관이 했냐는 질문에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상황 종료 이후 오전에 차관이 했다"고 답했다.
강인선 차관은 이에 대해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 대사와 통화했다면서 "제가 정확하게 전부 내용을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어떤 배경으로 그러한 일들(계엄)이 있었다고 이야기했고 마지막에 했던 이야기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체제와 시스템을 믿어도 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의원은 "정병원 외교부 차관보가 실무 라인에 이렇게 지시한 것 맞나? 실무적으로 연락할 때 '메시아' 운운하면서 자유민주주의 수호하기 위한 것이었으니 미국은 가만히 있으라고?"라고 물었고 정 차관보는 "그런 논의도, 지시도 없었다"고 답했다. 한 의원은 조 장관에게 "일련의 상황에 대해 조사하고 보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정애 의원실 관계자는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정부 고위 당국자가 실무진에 이러한 지시를 했다는 제보를 받았다. 이 지시를 받은 실무자들이 이건 아니다 싶어 미국 쪽하고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있고 추후에 또 소통하겠다고 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이날 저녁 "관련 사항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중이며, 현재로서 공유할 사항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유창호 외교부 부대변인이 지난 5일 대통령실 외신비서관실에서 받은 설명 자료를 기자들에게 전달한 것을 문제 삼았다.
김 의원은 "이번 비상계엄은 헌법주의자이자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누구보다 숭배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내린 결단"이며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볼모로 법률안과 예산안을 방해하고 타협할 수 없는 국가안보를 훼손한 세력에 대한 불가피한 대처"라는 설명 자료를 유 부대변인이 기자들에게 보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유 부대변인은 "기자들의 질의가 있었고 그에 제가 자료를 받게 됐고, 개인적으로 아는(기자들에게 전달했다)"며 배포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유 부대변인은 개인적으로 기자들에게 문자를 받았고, 참고가 될까 해서 2~3명의 외신 기자들에게 이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를 전달하며 외교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외교부도 이같은 대통령실 설명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조 장관은 이 자료 내용에 동의하냐는 김 의원의 질문에 "(자료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동의하지도 않는다"라고 답했다. 외교부의 공식 입장이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계엄 선포 전인 3일 저녁 이뤄진 국무회의가 개회, 심의, 의결, 폐회 등의 절차가 없어 보인다는 더불어민주당 이재강 의원의 질문에 "그렇다"며 단순히 국무위원들이 의견을 개진한 것이 국무회의는 아니지 않냐는 지적에 "그렇게 생각한다. 절차적 흠결이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보고에 출석해 의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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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회의는 국민의힘 소속 김석기 위원장의 일방적인 산회 통보로 오후 1시 경 종료됐다. 김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이 질문 과정에서 "내란 수괴로 밝혀진 윤석열"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데 대해 발언을 정정하라고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아직 윤 대통령이) 내란 수괴로 밝혀진 적 없다. 이재명 대표가 언론과 인터뷰했는데 본인의 재판이 2심에서도 유죄 판결이 나오면 대선 출마 어떻게 할 것인지 물으니 우리 헌법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면서 사법부의 최종 판결을 봐야한다는 취지로 답변했다"며 "민주당은 이재명의 말을 부정하는 것인가? 반드시 발언 정정하라"라고 말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과 언쟁을 벌이던 김 위원장은 본인이 설명할테니 발언권을 달라는 홍 의원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발언권을 주는 것도 본인의 권한이라고 주장했고, 위원장의 회의 운영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에게 퇴장을 명령하기도 했다. 점점 감정이 격해지던 김 위원장은 결국 산회를 선포하고 자리를 이탈했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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