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시리아 권력 공백을 틈타 골란고원 완충지대에 진입한 이스라엘이 골란고원 정착민 수를 2배로 늘릴 계획을 밝히고 전략적 요충지인 헤르몬산에 겨울 내내 머물 것을 시사했다. 시리아 반군 쪽은 이스라엘을 비판했지만 현 상황에선 국내 안정에 집중하겠다며 갈등 확산을 피했다. 시리아에선 등교와 소수 종교인 기독교 예배 등이 재개되며 안정화 조짐이 나타났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로이터> 통신 등을 보면 15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 내각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골란고원 인구 증대 촉진안을 승인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네타냐후 총리가 "전쟁 및 시리아에 직면한 새 전선을 고려해 골란고원 인구를 두 배로 늘리려는 열망"으로 이러한 촉진안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촉진안 승인에 따라 새 정착민 흡수 등을 위해 4000만 셰켈(약 159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성명을 통해 "골란고원을 강화하는 건 이스라엘 국가를 강화하는 것"이고 "이는 특히 지금 이 시기에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골란고원 대부분을 점령했고 1981년 일방적으로 합병했지만 2019년 도널드 트럼프 정부 당시 이를 인정한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제사회는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을 인정하지 않고 불법 점령된 시리아 영토로 본다.
지난 8일 시리아 반군이 독재자 바샤르 알아시드 정권을 무너뜨린 틈을 타 1974년 설정된 골란고원 완충지대에 무단으로 진입한 이스라엘은 이를 시리아 정부군 공백을 무장 단체가 채우는 것을 막는 "임시" 조치라고 일단 설명했지만, 지난 13일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군에 완충지대 내 전략적 요충지인 헤르몬산 정상에서 겨울을 보낼 준비를 하라고 지시해 주둔이 장기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시리아와 레바논 국경지대에 위치한 헤르몬산은 시리아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이스라엘 입장에선 시리아 뿐 아니라 이스라엘과 분쟁을 벌여 온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근거지 감시에도 유용하다. 헤르몬산 정상엔 유엔 감시단이 주둔해 왔다.
이스라엘은 지난 일주일간 시리아 전역 군사 시설을 수백 회 이상 폭격해 알아사드 정권 전략 무기 역량 70%를 파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권력 공백기에 무장 세력이 군사 시설을 점유할 수 있어 자국 안보 차원에서 폭격을 자행했다는 주장이다.
이스라엘의 야욕에도 반응을 자제해 온 시리아 반군 쪽은 이스라엘의 "긴장 고조 위협"을 비판했지만 현재 시리아는 "재건과 안정"을 우선하고 있다며 대결을 피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알아사드 정권 전복을 주도한 이슬람 수니파 반군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샴(HTS)을 이끄는 아흐메드 알샤라(옛 가명 아부 무함마드 알줄라니)는 14일 현지 방송을 통해 "이스라엘은 더 이상 최근의 위반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다. 이스라엘은 명백히 시리아 내 교전선을 넘었고 이는 불필요한 역내 긴장 고조 위협을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알샤라는 그러나 "수년간의 분쟁과 전쟁으로 지친 시리아 상황은 새로운 대결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현 단계에서 우선 순위는 재건과 안정이며 더 많은 파괴로 이어질 수 있는 분쟁으로 끌려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무계획적 군사적 모험"을 원하지 않으며 외교적 해법이 안정을 보장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웃 중동 국가들의 비판도 거세다. 아랍에미리트(UAE) 외무부는 15일 성명을 내 "점령된 골란고원 내 정착촌을 확대하려는 이스라엘 정부의 결정을 강력히 비난한다"며 "이러한 결정은 점령을 확대하려는 고의적 노력이자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사우디아라비아 외무부도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대 결정은 "시리아의 안보와 안정 회복 전망에 대한 지속적 방해 행위(sabotage)"라고 규탄했다. 카타르 외무부도 정착촌 확장 승인은 "이스라엘의 시리아 영토에 대한 일련의 침공 중 새 사례"이자 "기회주의적 책략"이라고 규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15일 성명에서 "우리는 시리아와의 갈등에 관심이 없다. 현장 현실에 따라 시리아에 대한 이스라엘 정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중동을 바꾸겠다고 말했고 우린 그렇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리아 내전에 개입한 외국 세력들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로이터>를 보면 주도적 반군을 지원해 외세 중 최대 승자로 꼽히는 튀르키예(터키)는 시리아에 군사 지원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야사르 귈레르 튀르키예 국방장관은 15일 튀르키예가 "많은 국가와 군사 훈련 및 협력 협정을 맺고 있다"며 "새 (시리아) 정부가 요청하면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귈레르 장관은 시리아 새 정부가 "무엇을 할 것인지 보고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다만 튀르키예가 테러 집단으로 규정한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 연계 세력으로 간주하는 시리아 쿠르드 인민수호대(YPG) 제거는 자국의 최우선 순위라고 강조했다. YPG는 미국의 지원 아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단체 이슬람국가(IS) 퇴치에 협력한 시리아 반군의 한 갈래인 시리아민주군(SDF)의 주축이다.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하고 망명을 도운 러시아는 시리아 내 일부 병력을 철수하면서도 2개의 주요 기지에선 물러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5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HTS 정치국 구성원인 카말 라바비디를 인용해 최근 최소 400명의 러시아군이 다마스쿠스 인근 시리아군 기지에서 철수해 러시아가 사용 중인 시리아 북서부 흐메이밈 공군기지로 향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흐메이밈 기지에서 비행기를 타고 러시아로 돌아갔다고 한다.
라바비디는 지난주 다마스쿠스 주재 러시아 대사관에 주둔하던 러시아군도 떠났고 시리아 전역의 더 많은 러시아군 철수에 대한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15일 다마스쿠스 대사관의 일부 직원들이 철수했지만 대사관 업무는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러 외무부는 북한, 벨라루스 외교관들 또한 함께 철수했다고 밝혔다.
다만 14일 <로이터>는 복수의 시리아 당국자를 인용해 러시아가 타르투스 해군기지와 흐메이밈 공군기지에선 떠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 기지는 러시아의 지중해와 아프리카를 향한 주요 거점이다. 위성 이미지를 통해 흐메이밈 기지에서 대형 수송기가 짐을 실을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지만 시리아 내 러시아군 인력 및 장비 재편성 차원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시리아 과도정부와 가까운 반군 고위 관계자는 <로이터>에 알아사드 정권에서 허용한 러시아군 기지 유지 여부는 "향후 회담의 문제"라며 러시아 정부가 소통 창구를 구축했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분석가들이 러시아가 두 기지 유지를 위해 새 시리아 정부에 자금, 에너지, 광물, 정치적 지원 등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리아에선 알아샤드 축출 일주일 만에 다시 정상 등교가 시행되는 등 안정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로이터>는 시리아 당국자들이 개교를 명령한 뒤 15일 대부분의 학교가 문을 열었다고 당국자들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많은 아랍 국가들이 일요일에 한 주를 시작한다.
알카에다 하부 조직을 전신으로 둔 HTS가 알카에다와의 관계를 끊었고 소수 종교 및 민족을 보호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불안감이 남아 있는 가운데 다마스쿠스의 기독교인들도 15일 정상적으로 예배에 참석했다. <로이터>는 15일 오전 기독교 신자가 많은 다마스쿠스 바브투마 지역이 예배를 마치고 오는 신자들로 붐볐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반군 점령 이후 열린 이날 첫 예배가 소수 종교 보호 관련 반군 주장에 대한 첫 시험대였다고 설명했다. 시리아인 대부분이 이슬람교를 믿고 기독교도는 10%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AP> 통신은 다마스쿠스 일부 식당에서 공개적으로 주류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거리 카페에서 술을 마시는 남성들 곁으로 전투 순찰대가 지나갔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도 전했다. 한 경찰관은 주류 판매점에서 한 남성이 총을 흔들며 난동을 부리자 반군 경찰이 그 남성을 체포했다고도 했다.
▲15일(현지시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실에 앉아 있다. 지난 8일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붕괴한 뒤 이날 처음으로 등교가 재개됐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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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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