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이후의 길 ②
최종찬 선진사회만들기연대 공동대표·전 건설교통부 장관 |
거대 야당의 국정 발목 잡기에 불만이 있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역사적으로나 국민의 법 감정으로나 정당성을 주장하기 어렵다. 안타깝지만 일은 이미 저질러졌다. 앞으로 이 위기를 슬기롭게 해결하고, 국정 쇄신과 경제 도약의 기회로 삼는 것이 당면한 최대 과제다. 대한민국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를 계기로 경제 체질을 대대적으로 개혁한 경험이 있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 결정으로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따라 조기 대선 가능성이 있다. 지금 정국 동향과 국민 여론 분위기를 보면 야당의 집권 가능성이 거론된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윤 대통령의 무모한 계엄령 선포는 문제이지만, 그동안 국회에서 다수의 횡포를 부린 민주당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느냐는 것이다.
■
성장 능력 살릴 국가 시스템 필요
반시장·반기업적 정책 멈추고
정부·규제·노동 개혁 추진해야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동안 민주당은 반(反)시장적이고 반기업적인 정책들을 남발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의 경직적인 운영, 재개발과 재건축 통제, 노동시장의 경직성 강화, 공무원과 공기업 인력의 무리한 증원, 국민연금개혁 기피, 양곡관리법 개정 등 포퓰리즘 입법은 국민이 지켜본 그대로다. 역대 어느 국회에서도 없던 고위 공직자 탄핵 남발과 무리한 예산 삭감으로 국정이 마비될 지경이었다.
앞으로 윤석열 정권이 퇴진하더라도 이것이 그간 민주당이 추진한 포퓰리즘 정책에 대한 국민 지지로 인식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조기 대선이 치뤄질 경우 누가 집권하더라도 획기적인 정책 재정립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선 한국경제의 잠재 성장 능력 회복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강화,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 극심한 저출산 및 고령화 등으로 한국경제의 성장 능력은 해마다 약해지고 있다. 2025년에는 경제 성장률이 1% 수준으로 낮아질 거란 어두운 전망이 나온다.
국제질서 혼돈 와중에도 경제가 가장 활성화된 나라는 미국이다. 2008년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국내총생산(GDP)은 14조 달러로 비슷했다. 하지만 15년간 EU의 GDP가 6.3% 증가해 15조 달러가 되는 동안 미국은 무려 82% 증가해 27조 달러가 됐다. 미국 경제가 EU보다 파격적으로 잘 굴러가는 이유는 노동 시장이 유연하고 정부 규제가 적어 기업의 혁신이 활성화된 덕분이다.
트럼프 2기에서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428개인 연방정부 부처는 99개로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정부효율부는 주 80시간 근무할 유능한 직원을 구한다고 말했다. 주 52시간 근로제의 탄력적 운용방안도 허용 안 하는 한국이 어떻게 미국과 경쟁하겠나.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전 일본은행 총재는 자서전(『일본의 30년 경험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에서 일본 경제 장기불황의 근본 대책으로 경기 부양책이 아니라 저출산 대책, 기업의 끊임없는 혁신 촉진이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만약 조기 대선으로 새 정부가 출범한다면 규제개혁, 노동개혁, 정부개혁, 저출산 대책 등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이번 계엄 사태의 배경에는 승자독식(勝者獨食)의 선거제도가 있다. 야당은 압도적 다수 의석을 배경으로 툭하면 ‘국민의 명령’이라며 일방적으로 입법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역구 의원의 경우 득표율은 민주당 50.5%, 국민의힘 45.1%로 특표 차이는 약 5%포인트에 불과했다. 그런데 의석수는 민주당이 161석으로 전체의 63%, 국민의힘은 90석에 36%로 의석 차이는 27%나 됐다. 그만큼 민의가 왜곡된 셈이다.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 선거구제로 바꿀 것을 제안한다. 극심한 지역주의 갈등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 중·대 선거구제를 도입하면 광주에서 국민의힘 의원이, 대구에서 민주당 의원이 나올 수 있다.
역사를 돌아보면 위기는 언제나 생긴다. 중요한 것은 위기를 어떻게 기회로 살리는 지혜를 발휘하느냐다. 대통령과 여야의 정치 실패에 따른 심각한 국가 위기를 대한민국이 거듭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통렬한 반성을 바탕으로 한 근본적 개혁에서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최종찬 선진사회만들기 공동대표·전 건설교통부 장관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