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정확성보다 '믿음' 우선
美스탠퍼드대 연구결과 발표
/사진=유튜브 채널 '정광용 TV' 섬네일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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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보다 교육 수준이 낮고 인지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가짜 뉴스'에 현혹될 확률이 높다는 일반적 견해를 뒤집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도 뉴스를 판단할 때 정보의 정확성보다 '자신의 믿음'을 우선시한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다.
제프리 코헨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지난 10월 국제 학술지 '실험심리학 저널'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맞춰 가짜 뉴스와 진짜 뉴스를 판가름한다. 이 경향은 교육 및 소득 수준과 무관했다.
연구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재선 투표를 앞둔 2020년 무렵, 1808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성별, 연령, 인종, 소득, 교육 수준 등을 모두 고려해 참가자 표본을 구성했다. 참가자의 30%는 학사 학위 이상을 보유했다.
참가자 중 1445명은 사실 검증을 마친 '진짜 뉴스'와 가짜 뉴스가 절반씩 혼재하는 환경에, 나머지 363명은 진짜 뉴스만 볼 수 있는 환경에 무작위로 배정됐다. 이어 참가자에게 뉴스 헤드라인 총 16개를 주고, 이중 어떤 헤드라인이 진짜 뉴스인지 판단하게 했다. 정치와 관련된 헤드라인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견해와 긍정적 견해가 섞여 있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참가자는 자신의 기존 정치적 성향과 일치하는 뉴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도 "나의 판단엔 정치적 편향이 없다"고 답했다. 이는 성별, 연령, 교육 수준과 상관없었다. 이들은 대체로 정보의 정확성에 근거해 가짜 뉴스와 진짜 뉴스를 구별했지만, 적중 확률은 뉴스의 내용이 자신의 성향과 일치할 때 특히 높았다. 연구팀은 이를 '편리한 정확성'이라고 불렀다.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판단하려는 행동이, 추론의 결과가 자신의 마음에 드는 방향으로 흐를 때 더 극대화됐다는 것. 불편한 결론이 나올 것 같은 상황에선 정확성으로 사실을 가늠하려는 태도가 옅어졌다.
실험 말미 참가자에게 어떤 뉴스 헤드라인이 가장 기억에 남았는지 묻자 대부분 가짜 뉴스의 헤드라인을 먼저 꼽았다. 자신의 성향과 일치하는 뉴스의 헤드라인은 오히려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가짜 뉴스를 접한 참가자가 진짜 뉴스만 접한 참가자보다 실험 후 좀 더 극단적인 정치적 견해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에 대해 "어떤 정보가 '나의 믿음과 일치하는가'가 사안 판단에 있어 정확성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라며 "모든 사람은 나보단 '다른 사람이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국내에선 최근 수차례 '총선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담화 배경에 이 같은 내용의 뉴스를 생산하는 '극우 유튜브'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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