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시리아 영향력 약화 ‘치명타’
우크라이나 전쟁에 집중하는 크렘린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이 16일 국방부 간부 확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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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신이 지원해온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무너진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스푸트니크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국방부 간부 확대 회의를 주재했다.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회의에서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우크라이나 전쟁뿐만 아니라 군인들의 주택 담보 대출 문제 등 다양한 사안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의 군사 기지가 걸린 시리아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자신이 지원해왔으며 지난 53년간 대를 이어 철권통치를 했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8일 붕괴한 이후 일주일 넘게 이에 대한 어떠한 견해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는 중동에서 남은 러시아의 영향력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동맹의 몰락에 대해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러한 푸틴의 침묵은 시리아에 있는 러시아 군사 기지의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크렘린의 압도적인 우선순위가 되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모스크바에서 활동하는 중동 문제 전문가 안톤 마르다소프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알아사드의 몰락은 지금 모스크바에서 매우 민감한 주제”라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낫다”라고 말했다. 이는 1년 전,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세르게이 쇼이구가 같은 회의에서 러시아군이 시리아와 나고르노-카라바흐에 주둔하고 있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밝혔던 것과 극명히 대비된다.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지난해 아제르바이잔이 아르메니아로부터 탈환한 아르메니아인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러시아 평화유지군은 지난 5월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철수했으며, 이는 과거 소련의 일부였던 코카서스 지역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약화하였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 알아사드 정권의 붕괴까지 겹치면서, 러시아를 세계 강대국으로 부활시키려는 푸틴 대통령의 야망에 더 큰 타격이 되고 있다.
마르다소프는 “러시아에 최상의 시나리오는 지중해에 있는 흐메이밈 공군기지와 타르투스 해군기지에서 군사적 존재를 축소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렇게 되면 모스크바는 시리아와 아프리카에서 제한적인 군사 활동을 위한 급유 및 중간 기착지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더라도 나토의 남쪽 측면에서 군사력을 과시하려 했던 푸틴 대통령의 원래 계획을 충족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마르다소프는 또한 “현재 시리아의 안보 상황이 너무 불안정해서 러시아가 기지를 유지하는 데 합의하더라도 핵무기 배치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나토의 남쪽 측면을 위협하기 위한 이러한 전초기지는 이미 100% 상실된 상태”라며, “설령 존재감을 유지한다고 해도 그것은 상징적인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시리아에서의 러시아 영향력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과는 러시아의 미래 안보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정치인들이 점차 권력을 잡은 것도 푸틴 대통령이 자신감을 드러내는 요인 중 하나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확대회의 연설에서 “러시아군은 전체 전선에서 전략적 주도권을 확고히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올해 하루 평균 1000명 이상이 러시아군과 계약을 맺고 입대하고 있다”며, “작년에는 30만 명이 입대했지만, 올해는 이미 43만 명이 자발적으로 전선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전장의 흐름이 러시아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자평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이 러시아를 ‘레드라인’으로 몰아세우고 있다고 비난하며, 이에 대한 대응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이 중·단거리 미사일을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하려 한다면서 “그러한 위협에 대해 포괄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학살자’ 시리아 대통령, 모스크바 망명···러시아도 허가”
https://www.khan.co.kr/article/202412090752001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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