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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 (화)

[단독] 한문철 “尹 계엄, ‘로드 레이지’(난폭 운전)나 마찬가지” 일침 [나의 삶 나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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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함이 사고 주원인

여유가 없을 때 신호위반·불법유턴 해

보복운전도 화낼 것 아닌데 흥분한 탓

비상계엄으로 추락한 국가 위상 걱정

형사사건 하다 교통전문으로

도둑·조폭 등 돕는 일에 회의감 들어

교통사고 대법원 판례 모아 집필 인연

피해자측 대응 돕고 싶어 사이트 개설

생명 지키는 일 하고 싶어

억울한 운전 가해자 만드는 현실 여전

경찰과 보험사 잘못된 관행 고쳐가야

밤길 사고 줄이기 위해 반광 제품 보급

“우리나라의 문화적·경제적 위상이 전 세계에서 대단한데 찬물을 팍 끼얹은 것 같아요. 언제 다시 회복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게 제일 걱정입니다.”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스스로닷컴’ 법률사무소에서 만난 한문철(63) 대표변호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12·3비상계엄 선포 사태에 따른 국가적 후유증을 우려했다. 한 변호사는 공교롭게도 ‘서울시 안전환경 명예시장’ 위촉장을 받은 지 불과 12시간 만에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들었다. 그는 30년 가까이 교통사고 분야만 파며 다양한 방송·강연 활동 등을 통해 우리 사회 교통 문화 개선에 이바지한 대한민국 최고의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로 꼽힌다. 사고 차량 과실 비율을 명쾌하게 정리해주며 ‘몇 대 몇’ 유행어를 낳은 유튜브 채널 ‘한문철TV’를 비롯해 JTBC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한블리)’, SBS ‘맨 인 블랙박스’ 등으로 대중에게도 친숙하다.

세계일보

지난 12일 ‘스스로닷컴’ 법률사무소에서 세계일보와 만난 한문철 변호사는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탄핵 위기에 몰린 윤석열 대통령의 이해하기 힘든 행태를 ‘로드 레이지’(운전자의 공격적이거나 분노한 행동)에 비유하며 이번 사태가 미칠 국가적 후유증을 걱정했다. 그러면서 “누구나 평소에 여유를 갖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결국 성질 낸 사람만 손해이고 흥분하면 진다는 점을 명심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제원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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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정치에 관심 없다”면서도 윤 대통령 행태를 ‘로드 레이지’에 비유하며 일침을 놨다. 로드 레이지(road rage)는 운전자의 공격적이거나 분노한 행동을 의미한다.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다른 운전자나 보행자에게 무례하고 모욕적인 언사, 위협 운전 등을 하는 것이다. 심한 경우 큰 재산·인명 피해까지 초래할 수 있다.

“주어진 힘을 적법 절차에 따라 써야지 독단적으로 쓰면 안 되잖아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운전대만 잡으면 센 척하며 난폭해지는 로드 레이지나 마찬가지입니다. 운전할 때 ‘내 차가 무진장 잘 달리네’ 하면서 막 달리면 큰일 나는 것처럼 권력 좀 있다고 막 쓰면 안 되죠.”

한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무모한 짓을 교통사고가 나는 주요 원인에 빗대 진단했다. 여유가 있고 없고의 차이란다. “여유가 없을 때 사고가 납니다. 급하면 운전자는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불법 유턴하고 보행자는 무단횡단 하잖아요. 윤 대통령이 뭐에 쫓겼는지 모르겠지만 여유가 없어서 이런 사태가 생긴 듯합니다. 처음부터 잘못한 것들에 대해 인정할 건 인정하고, 책임질 건 지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 하면 됐잖아요. 그러기보다 (야당의 공격 등 비판 목소리를) 힘으로만 누르려 하다 계엄 선포까지 간 것 같아요. 한마디로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게 된 거죠.”

그는 “보복 운전은 (운전자가 그렇게) 화낼 상황이 아닌데 흥분해서 사고치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도 화를 낸다고 풀 수 없는 문제에 화를 내 이런 일이 터진 것 같다”고 했다. 이틀 후 국회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하고 헌법재판소에 넘겼다. 다음은 일문일답.

세계일보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가 된 계기는.

“검사 생활을 짧게 하고 나와 형사 사건을 주로 맡았다. 돈은 많이 들어오는데 갈수록 하고 싶지 않았다. 도둑, 조폭, 마약쟁이, 도박꾼 등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돈을 받는 것에 회의감이 들어 2∼3년 하고 관뒀다. 이후 경기지역 버스공제조합 요청으로 1995년 고문변호사를 맡았다. 군 법무관 시절 어려운 집안 살림에 보태려 교통사고 관련 대법원 판례를 모아 정리한 책을 냈던 게 인연이 됐다. 당시 국내 자동차 수가 200만대쯤 됐는데 국내 교통사고 관련 법적 책임을 제대로 다룬 책이 없었다. 나도 그때는 아무 것도 몰라서 판례를 싹 모아 쉽게 풀어 쓴 건데 인기가 좋았다. 보험사와 변호사 사무실 등에서 많이 사갔다. 버스공제조합 업무만 전담하면서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게 됐다.”

―버스공제조합 일은 어땠나.

“조합을 상대로 들어온 소송 사건을 맡아 버스 교통사고 피해자에게 줘야 하는 손해배상액을 깎는 게 주요 업무였다. 피해자 부상 정도에 따라 손해배상액이 달라지기 때문에 인체 모형까지 사다 놓고 공부하는 등 사건마다 세세하게 연구했다. 반면 상대 변호사는 나보다 내용을 잘 모른 채 나오니 질 수밖에 없었다. 배상액을 잘 깎아 오자 입소문이 나면서 다른 지역 버스공제조합 사건들도 맡게 됐다.”

세계일보

―2000년 독립해 ‘스스로닷컴’을 설립한 이유는.

“가만 보니 불쌍한 사람들(사고 피해자들)이 받을 배상금을 내가 깎고 있더라. 피해자 측에서 제대로 대응하면 5억원도 보상받을 수 있는데 3억원 밖에 못 받는 경우도 있고. 그래서 ‘내가 5년 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을 불쌍한 피해자들을 돕는 데 쓰자’는 생각으로 스스로닷컴을 만들었다. 교통사고가 연간 100만 건 넘게 발생할 때인데 교통사고 관련 전문 상담을 해주는 인터넷 사이트가 없어 경쟁력이 있다고 봤다. 이용자를 100만명으로 잡고 가입비 1만원을 받아 운영하면 소송 업무는 안 해도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재판을 도와달라는 교통사고 피해자가 많아 민사소송 업무도 하고 무료 상담을 해줬다.”

―그동안 맡은 민사 사건이 6000건 이상이라고.

“중간에 브로커를 쓰지 않으니 다른 변호사에 비해 수임료가 엄청 싼 데다 거의 승소하니까 의뢰인이 몰릴 수밖에 없었다. 돈은 안 됐지만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생각으로 했고, 관련 정보는 스스로닷컴에 자세히 소개해 다른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했다. 브로커가 시장에서 사라지는 효과도 있었다. 2020년 들어 보험사들의 피해자 보상 기준이 어느 정도 현실화해서 사실상 민사소송 실익이 없었다. 그래서 3년 전부터 억울한 교통사고 가해자들이 무죄를 다투는 형사 사건만 맡고 있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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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들의 형편없던 보상 기준과 관행이 상당히 개선된 데는 피해자와 억울한 가해자들 편에 서서 많은 소송을 승리로 이끈 한 변호사의 공이 작지 않다. 교통사고 피해자가 일터를 계속 다니면 장애로 인정해주지 않았다가 인정해준 것, 보상 산정 기준인 노동 가동 연한이 60세에서 65세로 늘어난 것, 운전자 보험 가입자가 구속되거나 기소돼야 지급되던 변호사 선임비를 사고 직후부터 지급해 변호사 조력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억울한 가해자들은 어떻게 돕게 됐나.

“(2018년 9월 선보인) 한문철TV를 본격 운영한 뒤 많은 운전자가 블랙박스에 찍힌 사고 영상을 보내왔다. 이 중 불가항력으로 사망 사고 등을 낸 운전자들의 상담 요청이 쇄도했다. ‘경찰에서는 무조건 운전자 잘못이라며 처벌받아야 한다는데 정말 제가 잘못한 것이냐’는 식이다. 딱 보면 운전자 잘못이 전혀 없는데도 경찰은 ‘차 대 사람’ 사고는 무조건 차가 잘못이라는 인식이 여전하다. 갑자기 사람이 차에 뛰어들어 난 사고인데도 운전자 탓을 하는 게 말이 되나. 가입자 편에서 최대한 도와야 할 보험사도 마찬가지다. 그런 사고는 무조건 운전자 과실이라며 치료비 등 돈을 퍼준 뒤 가입자의 보험료를 비싸게 할증한다. 당사자는 정말 억울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처리한 형사 사건은 80건 정도 되고 대부분 무죄를 다투는 거였는데 무죄율이 90%다. 경찰과 보험사들은 블랙박스가 없던 시대에 해온 잘못된 관행을 고쳐야 한다.”

세계일보

―각종 제보 영상과 상담 사례, 판례, 수사·재판 기록 등 데이터가 어마어마할 것 같다.

“(분석한) 누적 영상 10만개와 6000건 넘는 소송을 통해 데이터를 쌓으면서 없었던 걸 새로 만들고 잘못된 걸 고친 게 수두룩하다. 내가 교통사고마다 검경과 법원, 보험사에서 어떻게 처리하는지 그 과정을 다 알고 금방 정답을 내려줄 수 있는 이유다. 요즘도 매일 70건가량 제보 영상과 상담 문의가 들어온다. 이 중 20개 정도는 내가 직접 상담하고, 나머지는 친한 분들에게 부탁한다. 이들은 한문철TV에 있는 사고 영상을 2만개 이상 보는 등 교통사고와 관련해 어지간한 변호사보다 잘 안다.(웃음)”

―급발진 사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 어떻게 풀어야 할까.

“급발진 사고는 대부분 운전자 실수다. 하지만 ‘죽어도 내 잘못이 아니고 차가 문제’라며 억울해 하는 경우가 있다. 법원에서는 ‘운전자가 정상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는데도 자동차가 미친 듯이 달려나갔다는 것을 보여달라’고 한다. 명확히 입증하려면 방법은 딱 하나다. 주행 중 페달 쪽과 차 주변 모습이 입체적으로 찍히는 페달 블랙박스를 설치하면 된다. 그래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맡겨 오랜 기간 분석하지 않아도 되는 등 행정력 낭비를 막고 헛심쓰지 않아도 된다. 페달 쪽만 찍은 영상은 사후 촬영이나 조작 가능성으로 증명력이 떨어진다. 자동차 회사가 차를 만들 때부터 페달 블랙박스를 설치하는 게 가장 좋은데 나중에 자기 발목을 잡을까봐 꺼리는 것 같다. (보험사가) 블랙박스 설치 차량에 보험료 할인을 해주는 것처럼 내년부터 페달 블랙박스를 달면 추가로 할인해주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세계일보

한문철 변호사가 밤길에 보행자가 잘 안 보여서 차에 치이는 사고를 막기 위해 제작한 반광 조끼와 방한모를 입고 쓴 채 효과를 설명하고 있다. 이제원 선임기자


―지난해 주식회사까지 설립해 빛을 반사하는 의류와 모자 등 반광 제품을 선보인 까닭은.

“밤길 주행 중 발생한 (인명) 사고 영상들을 보니 공통적으로 충돌 직전까지 보행자나 자전거·오토바이·전동휠체어·경운기 운전자 등 피해자들이 식별되지 않았다. 고속도로 등에서 고장·사고 차량을 피하지 못해 벌어지는 2차 사고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허망하게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사례가 많더라. 2∼3년 전까지 밤에는 흰옷을 입고 다니라고 했는데 흰옷도 소용이 없었다. 안 보여서 당하는,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불운한 이런 사고를 막고 싶었다. 그동안 유튜브로 번 20억원을 다 털어 수백m 앞에서도 식별되는 양질의 반광 점퍼, 조끼, 망토, 판초우의(야전 비옷), 모자, 헬맷 커버(씌우개), 우산을 다 합쳐 10만 개 이상 제작했다. 망토와 판초우의는 2차 사고 예방용으로 차량 뒤에 부착할 수도 있다. 올해까지는 폐지 줍는 노인 등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무료로 선물하거나 기부하고 있다. 초등학생 이하 자녀가 한 명이라도 있는 다자녀 가정이 신청하면 반광 우산을 보내준다. 내년부터는 기업과 기관 등 단체를 상대로 주문받아 적정 가격에 판매할 예정이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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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꿈은 뭐였고, 앞으로 꿈은 뭔가.

“과학자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웠고 5남매 중 장남이라 빨리 자리를 잡아야 했다. 그래서 (서울대) 법대를 갔고 사법시험을 봤다. 후회는 없다. 교통사고에 관해선 세계에서 내가 제일 잘 알지 않나. 교통사고 없는 대한민국을 꿈꾸고, 궁극적으론 생명을 지키는 데 꼭 필요한 반광 제품 사업이 성공해 해외에도 진출했으면 한다. 수익금은 사회공헌 활동에 아낌없이 쓸 것이다.”

―끝으로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누구나 평소에 여유를 갖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뭔가를 결정할 때도 좀 더 많은 사람 의견을 듣고 나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술에 취하거나 화가 난 채로 무슨 결정을 했다가 후회하는 경우가 많지 않나. 음주 폭행과 보복운전 사례 등에서 보듯 평정심을 잃으면 사고 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성질 낸 사람만 손해이고 흥분하면 진다는 점을 명심하면 좋겠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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