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몰려 위험할까 걱정
집회 장소 인근 식당·카페
잔여 수량도 실시간 반영
선결제 물품 수령 가능 여부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시위도 밥먹고(촛불 지도)’ 사이트.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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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에 분노한 시민들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에선 ‘선결제’ 릴레이가 벌어졌다. 시민들을 위해 집회 장소 인근 식당·카페에 각종 음식·음료값을 미리 결제해두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선결제 리스트’에 식당·카페 이름이 수십건 올라오자 20대 개발·기획자 A씨는 ‘사람들이 많이 몰리면 위험할 텐데, 리스트가 아니라 지도로 한눈에 볼 수 있게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A씨가 동료와 함께 웹사이트 ‘시위도 밥먹고(촛불 지도)’를 만든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A씨는 17일 기자와 인터뷰하면서 “최종 목적은 ‘군중 밀집도’ 제어였다”고 했다. 그는 “단순히 가게 명단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사용자 위치 기반 서비스를 만들어 한곳에 사람들이 몰리지 않게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사이트에는 국회의사당 부근 지도에 선결제가 된 식당·카페 등이 등록돼 있는데, ‘아메리카노 100잔’ ‘라떼 100잔’ ‘김밥 100줄’ 등 잔여 물품 수량이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A씨와 동료가 이런 페이지를 만든 가장 큰 목적은 ‘시민 안전’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재표결이 이뤄진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의 한 김밥집에 선결제 관련 안내문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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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이태원 참사를 간접적으로 겪은 20대예요. 지금 청년세대는 ‘인재 참사’라는 하나의 트라우마로 엮여 있죠. 이번 집회는 탁 트인 광화문광장과 달리 구조가 복잡한 여의도에서 열려 사람들이 몰리면 사고가 날 것 같았죠.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이들이 지난 8일 공개한 페이지는 온라인에서 빠르게 퍼지며 지난 열흘간 방문 수가 71만회(중복 집계)를 넘어섰다. A씨는 “페이지를 만드는 것 자체는 4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는데, 이후 선결제 주문과 소진 현황을 실시간 업데이트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했다.
A씨는 무료 제공에 나선 카페 등 ‘착한 가게 리스트’도 만들어 올리고 있다. 이번주부터 광화문에서 이어지는 시위에도 이 서비스를 적용해 계속 운영할 생각이다.
일부 가게가 선결제된 물량을 소진하지 않고 추가 주문을 먼저 받는 식으로 잇속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A씨는 “먼 곳에서도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인간의 마음을 막을 수 있는 건 없다”고 말했다.
“부정적인 것에 마음 쓰면 일찍 지치게 돼요. 우리가 집회에 나서고 촛불을 든 건 계엄의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킨 대통령 때문이잖아요. 인간의 친절함과 선의를 믿고 오랫동안 촛불을 태웠으면 좋겠어요.”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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