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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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빚 때문에 서류상으로만 이혼했던 아내가 남편과 연락이 끊겨 다른 남성을 만났다면 외도로 봐야 할까.

18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 여성 A씨는 위장 이혼한 뒤 사라졌던 남편이 다시 돌아왔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A씨는 대학 시절 총학생회에서 처음 만난 남편의 카리스마 있는 모습에 반해 결혼까지 결심했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을 방해하지 말라는 남편 요청에 따라 남편 일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결혼 5년 차부터 남편의 외박이 잦아졌다. 남편이 없는 사이 빚쟁이들이 집에 찾아와 난장판을 만들기도 했다. A씨는 무슨 일인 생긴 건지 알아내기 위해 남편에게 전화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자정 무렵 남편이 연락도 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남편은 "돈을 좀 빌렸는데 상황이 좋지 않다"며 "앞으로 힘들어질 수 있으니 일단 이혼하자"고 제안했다.

A씨는 이혼을 원하지 않았지만 "상황이 좋아지면 바로 다시 합치자"는 남편 말을 믿고 따르기로 했다. 이후 몇 개월간 두 사람은 가끔 통화하며 소식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은 "당분간 연락하기 힘들다"며 자취를 감췄다.

1년이 흐른 뒤 전세 계약이 끝난 A씨는 다른 동네로 이사했고, 그곳에서 대학 동창을 만났다. A씨는 자신의 고민을 들어주던 동창과 가까워져 진지하게 만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은 '우리가 헤어진 게 아닌데 어떻게 대학 친구를 만날 수 있냐'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법대로 해결하자고 통보했다. A씨는 "남편은 저를 되찾고 대학 동창을 응징하겠다고 한다"며 "어떻게 해야 하냐"고 조언을 구했다.

손은채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A씨 남편은 이혼 무효 소송과 상간자 손해배상 청구를 하려는 것 같다"며 "민법상 이혼 무효에 대한 규정은 없지만, 이혼 성립 요건에 흠이 있는 경우에는 이혼 무효 소송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혼 무효는 이혼 의사 합치가 없었던 경우에 성립한다"며 "이혼 의사가 실질적인지, 형식적인지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실제 따로 살겠다는 게 실질적 의사고, 협의 이혼 신고하는 게 형식적 의사다. 따로 살 생각이 없으나 서로 동의하고 이혼 신고했다면 가장 이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부부의 실제 의사가 무엇이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건 힘들다"며 "그래서 가장 이혼이라고 해도 협의 이혼 신고가 이뤄졌다면 이혼 의사가 합치된 걸로 보고 이혼이 유효하다고 판단한다. A씨 사연처럼 빚쟁이를 피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해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손 변호사는 "A씨 남편의 이혼 무효 청구는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혼 무효 청구가 인용된다고 해도 A씨가 대학 동창을 만날 때는 서류상으로 깔끔하게 이혼한 상태였다. 살던 집에서 이사도 하고, 남편과 연락도 주고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대학 동창 입장에서는 A씨가 남편과 가장 이혼했다는 걸 알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불법 행위에 대한 고의가 없었기 때문에 대학 동창에 대한 위자료 청구는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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