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치적 색깔은 다르지만, 안 좋은 면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중적 태도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 전반에 만연한 고질적 행태로, 국민의 정치 혐오와 민주주의 약화를 초래한다.
이영섭 사회부장 |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을 비롯, 검사 시절 '법 앞에 평등'을 강조하며 강도 높은 수사를 이끌었다. 그의 강직한 태도는 법치주의 수호자의 이미지로 이어졌고, 대통령 당선의 밑거름이 됐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이후 그의 태도는 변했다. 영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며 철저히 방어했다. 비상계엄 선포 및 내란 혐의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막혀 있다. 과거 '법 앞에 평등'을 외치던 모습과 현재의 태도는 상충된다. 국민은 그의 모순을 분명히 느끼고 있다.
윤 대통령의 태도는 법치주의의 기본 원칙을 훼손한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의 가치는 지도자에게 더욱 엄격히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자신의 권력과 가까운 문제에 있어서는 법을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모습은 국민적 신뢰를 흔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비슷한 문제를 드러낸다.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며 방어 전략을 펼치고 있다. 변호인 사임과 재판관 기피 신청 등은 재판을 지연시키기 위한 의도로 비쳐진다. 이는 사법 체계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국민들에게 책임 회피로 비친다. 공정과 정의를 강조하던 그의 메시지는 무색해졌다.
이 대표는 무죄를 주장하면서도 재판을 피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대선이 치러지기 전에 판결이 나오는 것을 막으려는 재판 지연전략은 오히려 죄를 인정하는 듯한 인상을 줄 뿐이다.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려면 법정에서 당당히 맞서야 한다. 사법적 리스크가 없는 상태에서 대선에 나서는 것이 민주당의 신뢰 회복에도 기여할 것이다.
두 정치 지도자의 공통점은 법과 제도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활용하려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태도는 국민의 정치적 환멸을 불러일으키고, 정치 불신과 혐오를 초래한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는 "정의가 지체될 때, 그것은 정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태도는 바로 이 지적에 부합한다.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 제도를 남용하는 행태는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다.
정치 지도자가 법적 책임을 외면하면, 국민은 정치권을 외면하게 된다.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시민 참여를 약화시킨다. 법과 제도는 모두를 위한 것이며,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유리하도록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지도자의 행보가 이러한 원칙에 어긋날 때, 국민은 정치적 냉소주의에 빠지고 민주주의 체제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자신이 강조했던 법치주의를 실천하려면 정정당당히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이 윤 대통령이 내세운 '공정과 상식'의 실현이다. 동시에 이재명 대표에 대한 '방탄 국회' 비판 역시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
이재명 대표도 재판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 변호인 사임 등으로 재판을 지연시키는 전략은 자신에 대한 의혹을 더욱 키울 뿐이다. 무죄를 주장하는 만큼 법의 판단을 당당히 받아들이는 것이 정치적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다. 이러한 태도가 민주당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회복하는 데 필수적이다.
현재 많은 국민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지지하면서도,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민주당으로의 지지도 망설이고 있다. 이는 한국 정치의 위기 상황을 그대로 드러낸다. 정치인의 이중성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근본 가치를 훼손하며 사회 전반에 냉소주의를 퍼뜨린다.
대한민국은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한다. 그러나 정치인의 이중성이 계속된다면, 이러한 가치들은 명목상의 구호로 전락할 것이다. 국민이 정치와 법에 대한 신뢰를 잃으면, 민주주의 체제는 더 큰 위기에 봉착한다.
정치 지도자는 자신들의 행동이 한국 정치의 신뢰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 진정한 리더십이란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무게를 감당하는 데 있다. 이 무게를 외면한 채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심장을 겨누는 일이나 다름없다. 법치와 정의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지도자가 그 의무를 저버릴 때, 그들은 국민의 미래를 인질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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