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인상분 314억 부담…분담금 4년 유예
조건별 우위 경쟁 '용호상박'…현실성이 '변수'
서울 강북권 정비사업 최대어 중 하나로 꼽히는 '한남4구역' 시공사 선정을 놓고 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최근 6년 정비사업 수주 1위 현대건설이 맞붙었다. ▷관련기사 : 삼성 '나선형 특허' vs 현대 '건축계 노벨상'…한남4 맞대결(11월19일), 현대건설, 6년째 재개발·재건축 가장 많이 땄다는데…(12월10일)
국내 '빅2' 건설사가 17년 만에 맞붙은 경쟁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양사는 전례 없는 파격적 조건들을 내놓으며 경쟁을 격화하고 있다. 내부에서도 '본 적 없는 조건'을 걸고 있다고 내세울 정도다.
한남4구역은 입지가 뛰어나고 사업성이 높다. 게다가 사업권 확보 시 옆 한남5구역, 한강 건너 압구정3구역 등 차후 있을 주요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때문에 막판까지 경쟁이 더 심해지고, 자칫 혼탁해질 수 있다는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남4구역 입찰제안서 비교/그래픽=비즈워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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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비용, 공사기간 등 '현대' 조건 유리
총 예상 공사비는 현대건설이 앞선다. 한남4구역 조합은 당초 3.3㎡(평)당 공사비 940만원, 총 예정 공사비 1조5723억원을 제시했다. 현대건설은 제안서를 통해 평당 공사비 881만원, 총 공사비 1조4855억원을 제시했다. 조합 예정보다 868억원 적은 금액이다.
조합과 분쟁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실착공 이전 공사비 관련해서는 삼성물산이 인상분 중 314억원을 부담하기로 했다. 삼성 측이 "전례 없는 파격적인 조건"이라고 내세우는 부분이다.
현대건설은 △소비자물가지수 △건설공사비지수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74조(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의 조정)에 따른 지수 중 가장 낮은 물가지수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공사기간은 현대건설이 더 짧게 제시했다. 현대건설은 총 공사시간 49개월, 본공사는 43개월을 제안했다. 또한 착공 시 공사중단 없는 '책임준공'을 약속했다. 삼성물산은 총 공사기간 57개월, 본공사 48개월로 현대에 비해 8개월 더 길게 제시했다. 삼성물산 역시 '시공사 책임 사유와 관계 없이 공사를 중단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공사이행확약서'는 조합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 한남4구역 조감도 및 투시도/자료=현대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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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비, 추가분담금 조건 등 '삼성' 우위
이주비, 추가분담금 등 금융조건은 삼성물산이 더 유리하게 제시했다는 평가다. 우선 사업비 조달 금리와 관련해 삼성물산은 필수사업비(1조원)와 이주비 등 추가사업비(2조원+α)까지 총 사업비 3조원 이상을 모두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0.78%로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 건설사는 업계 최고 신용등급(AA+)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 없이 자체조달로 보증수수료 및 금융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다만 최근 부동산 PF 부실위험이 커지면서 금융기관이 신용등급 'AA' 수준의 건설사에도 HUG의 보증부 대출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건설(신용등급 AA)은 앞서 한남3구역 입찰경쟁에서 HUG 보증 없이 사업비 대출을 약속했지만 추후 HUG 보증을 받았다. 보증수수료는 연간 대출원금의 0.427~0.56% 수준이다.
이주비 대출 조건도 삼성이 유리해 보인다. 삼성물산은 기본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의 50%에 추가 100%를 더해 총 150%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가구당 최저이주비로 12억원을 설정했다. 자산평가액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구도 최대 12억원의 이주비 대출이 가능하다. 현대건설은 기본 LTV 50%에 추가로 50%를 더해 총 LTV 100%를 제시했다.
추가분담금 납부 시기와 조합원 환급금 지급 시기에서도 차이가 있다. 삼성물산은 통상 입주시 내야하는 추가 분담금 납부 시기를 입주 시, 그리고 입주 후 2년 또는 4년 뒤로 택할 수 있도록 했다. 납부시기를 최대 4년까지 늦춰 조합원의 자금마련 부담을 낮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건설은 분담금을 입주시 혹은 입주 후 1년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관건은 '현실성, 그리고 신뢰'
다만 두 회사 모두 '사업제안서상 내용은 실제 인허가 등 사업추진 과정에서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전제했다. 전문가들 역시 실제 사업진행 과정에서 달라질 세부 내용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총 공사비가 다른 만큼 차후 공사비 인상이 있을 경우 저항 발생 시점은 차이가 있겠지만, 착공시점이나 공사 기간에 따라 공사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는 만큼 비용과 관련한 실질적인 내용들은 더 정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외 조항이나 해석에 따라 실현 가능성 유무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 "조합에 불리하게 작용하거나 수정 가능한 부분이 있는지 조건들을 자세히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건설업계에서는 '출혈'로도 보이는 조건들이 차후 정비사업 판도에 부작용을 낳을까 우려하는 모습도 보인다. 건설사 관계자는 "삼성과 현대의 자존심 싸움도 있지만 한남5구역, 압구정3구역 등 차후 수주 때문에 더 치열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현장마다 상황이 다른데 이번 경쟁에서 나온 조건들이 다른 정비사업 현장에서도 시공사에 요구되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한남4구역 조합은 다음달 3일 합동설명회를 열고 같은 달 18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삼성물산 한남4구역 투시도/자료=삼성물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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