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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물가 급등기에 똑같은 상품도 저가품이 고가품보다 3배가량 값이 더 올랐다는 실증 분석 결과가 나왔다. 상대적으로 저가품 소비 비중이 큰 저소득층의 인플레이션 부담이 훨씬 더 컸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19일 발표한 ‘팬데믹 이후 칩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불평등’ 보고서에서 “팬데믹 이후 저렴한 상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많이 오르는 ‘칩플레이션’(cheapflation) 현상이 나타나면서 취약 계층의 인플레이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졌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상품별 판매 금액·수량·상점 정보가 담긴 스캐너 데이터(대한상공회의소)를 활용해 81개 가공식품의 가격 수준별 상승률(2020년1월~2023년9월)을 분석했다. 동일 품목 상품들을 2019년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1분위(저가)~4분위(고가)로 구분했다.
이 기간 동일 품목의 가격 분위별 누적 상승률을 보면, 1분위 저가 상품의 가격 상승률은 16.4%인데 비해 4분위 고가 상품의 가격 상승률은 5.6%에 그쳤다. 예컨대, 대형마트에서 파는 소시지 값이 백화점의 고급 햄보다 3배가량 더 많이 올랐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 누적 상승률은 12.75%였다.
보고서는 “팬데믹 이전에는 상품 분위간 상승률 격차가 미미했으나 이후 물가 급등기에는 동일 품목 내 저가-고가 상품간 상승률 격차가 크게 확대됐다”며 “팬데믹 이후 고물가 시기에 저소득층이 고소득층에 비해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경험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2023년 이후 물가 하락기에는 크게 올랐던 1분위 상품의 가격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둔화하면서 상승률 격차가 줄어들었다.
<소득 1분위-5분위 실효 물가상승률 격차> 자료:한국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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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은 팬데믹 이후 공급망 불안 등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공급 요인에서 비롯됐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저가 상품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 원자재 사용률이 높아 해외 공급 충격에 취약하고, 판매 마진도 작아 비용 충격 흡수력이 낮기 때문에 원재료 값 상승분 대부분이 소비자 가격에 전가됐다는 것이다.
좀 더 저렴한 상품으로 수요가 몰린 것(지출 전환)도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상품 가격 분위별 매출액 비중을 보면, 저가 1분위 상품의 매출 비중은 팬데믹 이후 증가하고 고가 4분위 상품 매출 비중은 줄었다. 보고서는 “물가 부담을 덜기 위해 더 저렴한 상품과 판매점으로 소비자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 상승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칩플레이션은 소득 수준에 따른 ‘실효 물가’ 격차를 더 확대한 것으로 분석됐다. 상품 가격 분위별 데이터를 반영해 소득 분위별 실효 물가를 추산해보니, 소득 1분위(하위 20%) 저소득층의 실효 물가 누적 상승률(13.0%)은 소득 5분위(상위 20%) 고소득층(11.7%)보다 1.3%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이런 칩플레이션 효과에 더해 저소득층의 소비 비중이 큰 품목(음식료품·에너지 등)들 중심으로 물가가 크게 오른 점을 감안하면, 소득 계층간 실효 물가 격차(2.4%포인트)는 더 벌어진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조강철 한은 조사국 물가동향팀 차장은 “물가 상승기엔 해외 공급 충격을 완충하기 위한 할당관세나, 가격 급등 품목도 중·저가 상품 중심으로 선별해 할인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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