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CNN이 보도한 영상에 등장하는 알아사드 정권의 군 고위 간부 무함마드 살라마의 모습. 그는 자신의 이름이 '아델 가르발'이며 3개월째 수감된 민간인이라고 주장했지만 거짓으로 드러났다. 살라마는 공군 정보부 검문소에서 시민들을 강탈하고 고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CN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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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군이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몰아낸 시리아의 감옥에서 수감자가 석방되는 장면을 CNN이 특종 보도한 가운데, 해당 인물이 알아사드 정권에 부역하며 민간인을 살해·고문한 군 간부라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CNN은 지난 11일 “알아사드 정권에 의해 수감된 시민이 다마스쿠스 감옥에서 석방되는 순간을 목격했다”는 리포트를 보도했다. 이를 현장에서 보도한 클래리사 워드는 “20년 기자 생활에서 목격한 가장 놀라운 순간 중 하나”라고 했다.
리포트는 워드가 시리아 반군과 함께 감옥에 진입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창문 없는 독방에 들어가자 콘크리트 바닥에 담요를 깔고 웅크린 한 남성이 포착된다. 그는 알아사드 정권의 붕괴를 몰랐다는 듯 놀란 눈으로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워드는 “괜찮다. 당신은 자유다”라고 남자에게 말하며 마실 것을 건넨다. 남성은 자신의 이름이 ‘아델 가르발’이며 석 달 전 알아사드 정권에 의해 수감된 민간인이라고 소개했다.
클래리사 워드(오른쪽) CNN 기자와 함께 수용소 바깥으로 나온 무함마드 살라마(가운데)가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다. 석 달간 창문 없는 독방에 갇혀 있었다는 그가 하늘을 바라보면서도 움츠리지 않아 그의 주장을 믿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CN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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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언론 보도의 사실관계를 검증하는 한 비영리기구는 이 남성이 민간인이 아니라 알아사드 정권에서 공군 정보부 중위로 근무한 ‘무함마드 살라마’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가 시민들에게 뇌물을 요구하고 응하지 않으면 고문했으며, 내전 기간 민간인을 살해한 전범 혐의도 받는다고 주장했다. 살라마로 지목된 인물은 CNN 영상에서 자신이 “석 달 전 독방에 수감된 이후 햇빛을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감옥 밖으로 나온 그가 밝은 하늘을 보며 움츠리지 않는 모습과 눈에 띄는 부상·고문 흔적이 없는 점도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살라마는 검문소를 운영하며 시민들에게서 강탈한 자금을 나누는 문제로 또 다른 군 간부와 분쟁이 생겨 체포됐고, 수감 기간은 한 달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계속되자 CNN은 지난 16일 “(해당 남성이) 알아사드 정권의 정보국 장교였던 것으로 밝혀졌다”며 오보를 시인했다. 이어 “주민들은 그가 강탈과 괴롭힘으로 악명 높았다고 전했다”면서도 “그날 우리가 교도소를 방문할 계획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조작 논란은 부인했다.
이를 두고 “실제 끔찍한 희생이 있었던 수용소들의 비극이 희석됐다”는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정치 매체 더힐은 이를 ‘가짜뉴스’로 규정했고, 알자지라·프랑스24 등 각국 매체들도 CNN을 비판하고 나섰다. 소셜미디어에선 “이것은 실수가 아니다. 우리는 단순한 사과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 “극악무도한 범죄자를 수감자로 꾸며 극적인 장면을 연출한 것은 실제 억류자 가족을 모욕하는 것”이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현장을 전하던 중 가자지구 접경 지역에서 폭음이 들리자 워드와 제작진이 인근 흙바닥으로 달려가 몸을 낮추고 있다. /CN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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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등 분쟁 지역에서 수석 특파원으로 활동했던 워드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접경에서 위급한 상황을 과장되게 연출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시 워드와 제작진은 미사일 공격으로 추정되는 폭음이 들리자 인근 흙바닥에 엎드렸다. 분쟁 지역에서 폭음이 들릴 때 안전을 위해 몸을 낮출 수 있지만, 폭음이 멀리서 들린 데다 이스라엘 영공으로 향하는 미사일 대다수가 아이언돔 방공망에 요격된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을 텐데 지나친 반응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해당 유튜브 영상에는 “배우냐, 기자냐. 그녀에게 오스카상을 줘야 한다” “전쟁터에서 최소한의 보호 장구도 없이 완벽한 화장과 헤어스타일을 유지하는 용감하고 정직한 저널리즘” 등 댓글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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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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