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나훈아./예아라 예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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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나훈아가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직접 언급한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16일 스포츠월드의 보도와 관객들의 후기에 따르면 나훈아는 지난 7일 대구 엑스코 동관에서 열린 ‘2024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의 공연 도중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심정을 밝혔다. 그는 자신의 대표곡 ‘공’의 반주에 맞춰 “요 며칠 전 밤을 꼴딱 새웠다. 공연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됐다”면서 “(계엄 선포로) 집회가 금지 된단다. ‘우짜면 좋노’ 싶더라. 새벽에 계엄 해제가 되는 걸 보고 술 한잔 하고 잤다”고 했다. 이 공연은 비상계엄 선포 후 나흘째 열린 것이었다.
나훈아의 자작곡 ‘공’은 그가 매 공연마다 ‘띠리~’로 시작하는 후렴구를 활용해 만담처럼 속을 터놓기로 유명한 노래다. 국악풍 선율에 ‘살다보면 너나 나나 모두 어리석다는 걸 알게 된다’는 철학적인 내용의 가사가 돋보이는 곡이다. 그는 지난해 연말 경기 고양시에서 연 공연에서도 이 노래에 맞춰 “뉴스 보면 스트레스 받고 짜증 나는데 국회의원 뭐라 할 일 아니다. 누가 찍었냐. 우리가 찍었으니 가슴에 손을 올리고 반성합시다”고 일침을 놨다.
7일 대구 공연에서도 이 노래를 활용한 나훈아의 속깊은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는 고향인 부산 사투리로 “국회의사당이 어디고? 용산은 어느 쪽이고? 여당, 여당 대표 집은 어디고?”라며 부채를 치켜 들었다. 이어 “이 부채 끝에 (기운을) 모아서 부른다”며 관객들과 함께 노래의 후반부를 열창했다. 그는 노래 직후에도 “정치의 근본이 무엇이냐.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배곯지 않게 하는 것이 원리”라면서 “대한민국에서 문제 되는 것, 이걸로 국회서 밤을 새우고 고민해야 한다”는 일침을 더했다.
이날 공연은 나훈아가 지난 2월 돌연 은퇴를 선언한 뒤 ‘마지막 전국 투어 콘서트’란 제목을 내걸고 진행한 것이다. 1966년 천리길로 데뷔한 그는 ‘무시로’ ‘잡초’ ‘홍시’ 등 다수의 히트곡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정치권의 러브콜도 수차례 받았던 그가 1992년 여당(민주자유당)의 총선 출마 제안에 “‘울긴 왜 울어’를 세상에서 누가 제일 잘 부릅니까? 마이클 잭슨이 더 잘 부릅니까?”라며 거절한 일화도 유명하다. 당시 그는 “정말로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면 나는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천생 가수로 살아온 나훈아의 고별 무대는 내년 1월 10~12일 사흘간 서울 케이스포돔 공연을 끝으로 마무리 된다.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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