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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탄핵 결정, 그 산을 못 넘으랴 [똑똑! 한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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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14일 탄핵소추안 가결을 촉구하려 국회의사당 앞에 모인 수많은 시민들. 인산인해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원혜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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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혜덕 | 평화나무농장 농부



윤석열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을 확인한 2022년 3월10일 새벽 이후 나는 티브이를 켜지 않았다. 본래도 거의 보지 않았지만 뉴스를 보기 싫어서였다. 분명하게는 그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고 그가 하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 후 두번은 티브이를 켜고 밤새 뉴스를 보았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때와 지난봄 국회의원 선거 때다. 어느 쪽이 다수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12월3일 밤에 그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소식을 소셜미디어에서 보고 놀라 티브이를 켰다. 화면으로 계엄군이 국회 마당에 들어서는 것도 보고 경찰이 국회 출입문을 막는 것도 보았다. 급히 국회로 달려온 국회의장과 야당 국회위원들이 담을 넘어 본회의장에 들어가는 것도 보았다. 비상계엄 소식을 들은 시민들이 그 밤중에 국회로 뛰어와서 총을 든 계엄군을 막아서는 감동적인 모습도 보았다. 우리 세대는 박정희와 전두환의 계엄을 겪었다. 공포가 엄습했다. 그렇지만 세시간을 넘기지 않고 국회가 계엄 해제 의결을 하고 다시 세시간 남짓 지나서 대통령인 그가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받아들이는 것을 보고 안도했다. 해프닝으로 끝난 일로 보였다. 다들 그리 생각했을 것이다. 허술하게도 계엄을 선포했다고 나도 그를 비웃었다.



그러나 경악할 사실들이 연이어 드러났다. 결코 허술하게 계엄령을 선포한 것이 아니라는 증거들이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왔다. 나름 치밀하게 계획되었고 성공했을 수도 있는, 성공했다면 끔찍한 결과로 이어졌을 계엄이었다. 모골이 송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내란죄를 저질렀다. 일을 해도, 잠을 자도 현실감이 없었다.



탄핵소추안이 바로 국회에서 발의되었지만 탄핵이 가능할까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만큼 탄핵 촉구 집회에 나가야 했다. 처음 탄핵소추 의결일인 토요일에 서울 여의도에 갔다. 여의도역 근처에 사는 지인이 자기가 사는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울 수 있게 해줘서 그곳에 차를 세우고 국회의사당을 향해 걸어갔다. 사람들이 사방에서 모여들어 국회의사당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이 폭포를 향해 달리는 물결처럼 보였다. 가슴이 벅차오르며 뭉클해졌다. 8년 전 박근혜 탄핵을 위해 석달간 토요일마다 종각역에서 내려 사람들의 무리와 섞여 광화문을 향해 걸어갈 때도 그랬다. 한주일 뒤에 열린 2차 탄핵소추안 의결 때는 모여드는 사람이 너무 많아 걸음을 뗄 수 없을 정도였지만 벅찬 감정은 첫날이 더했다. 그날 탄핵소추안은 부결되었지만, ‘그래, 오늘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해낼 수 있다’라는 희망을 품고 집으로 돌아왔다.



결국 두번째 투표에서 탄핵소추안은 가결되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남아 있지만 가장 큰 산을 넘었는데 그 산을 못 넘으랴. 넘을 수 있도록 우리는 그들을 압박할 것이다.



그가 집권한 2년7개월 동안 우리나라는 나락에 떨어졌다. 그가 취임한 첫해 이태원 참사가 있었다. 무고한 젊은이들 159명이 죽었다. 그 자리에 국가가 없기는 세월호 때와 같았다. 박근혜가 세월호로 무너졌듯이 윤석열도 이태원 참사로 무너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국민의 목숨을 그토록 하찮게 여기는 정부는 결코 끝까지 갈 수 없다. 그는 경제에서든, 과학에서든, 외교에서든 나라를 다 망가뜨렸다.



그가 집권하는 동안 나의 일상도 무너졌다. 나는 나름 열심히 일하며 살았다. 변함없이 작물을 심고 기르고 수확했다. 찾아오는 사람들을 맞기도 하고 가끔은 밖에 나가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일상에는 부끄러움이 숨어 있었다. 우리나라가, 나의 이웃이 그 사람으로 인해 고통받는 것을 보면서 나의 일상에 대해 자괴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가 속히 그 자리에서 완전히 내려와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도, 사람들의 삶도, 나의 일상도 회복할 수 없다.



그 잃어버린 일상을 머지않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이제는 가져도 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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