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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사설] 기업 순익 줄고 투자는 적신호…규제와 무관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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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성장성이 둔화하고 있다. 통계청이 18일 발표한 ‘2023년 기업활동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만4550개 기업 매출액은 3203조 원으로 전년보다 1.1% 줄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3.2%) 이후 3년 만에 감소세다. 기업당 평균 매출액은 전년보다 5.9% 줄어든 2269억 원이다.

수익성도 하락하고 있다.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은 150조7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46조6000억 원 줄었다. 반도체 업황 부진 등 영향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매출액 1000원당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은 47원이다. 역시 전년(61원)보다 나빠졌다.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굴지의 대기업조차 허리띠를 졸라맨 지 오래다. 마른 수건 쥐어짜기 식으로 버티는 기업들도 수두룩하다.

더 심각한 것은 투자 적신호다. 지난해 국외 자회사 보유 기업은 3410개로 2017년부터 매년 증가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 자회사를 보유한 기업(4370개)은 7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탈(脫) 대한민국’ 지표는 더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의 해외직접투자(FDI)는 234억 달러다. 외국인의 한국 투자 39억 달러의 6배다. 2019~2023년 매년 2~3배에 불과했던 격차가 급격히 확대됐다. 귀중한 투자 자금이 해외로 빨려 나가는 형국이다. 역대 정권이 아무리 공을 들여도 ‘규제 전봇대’, ‘손톱 밑 가시’가 빠지지 않는 기업 환경과 무관한지, 정부와 국회에 묻고 싶다.

기업은 국가를 지탱하는 기둥이다. 나라 살림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의 실질적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10월 말 기준 75조7000억 원 적자다. 2020년, 2022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많다. 기업 실적 부진 여파로 법인세가 17조9000억 원 줄어든 탓이다. 내수 부양을 위한 재정 역할도 결국 기업이 잘 돼야 기대할 수 있다.

기업 환경의 획기적 개선은 기대난이다. 비상계엄·탄핵 정국과 내년 1월 출범할 미국 ‘트럼프 2기’ 등의 대내외 악재만 겹겹이 쌓여있다. 한국경제인협회의 내년 투자 계획 설문 결과 응답기업(122곳)의 10곳 중 7곳이 세우지 못했거나 아예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239개사 대상 조사에선 내년 경영계획을 세운 기업 중 절반이 긴축 경영을 예고했다.

손댈 수 있는 것이라도 손대야 한다. 규제 개혁이 급선무다.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주 산업통상자원부 간담회에서 “노동시장, 조세 행정, 디지털 경제 등 분야의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청해야 한다. 각국 기업 환경을 제 손금처럼 훤히 들여다보는 글로벌 투자자가 불량한 조건을 무릅쓰고 왜 굳이 한국을 고르겠나. 역지사지의 지혜와 성찰이 필요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돌파구는 결국 기업 투자”라고 했다. “우리 기업이 흔들림 없이 투자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고도 했다. 말잔치로 끝나지 않으려면 기업 하기 좋은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 투자가 늘어야 양질의 일자리도 많아진다. 갈라파고스 규제만 걷어내도 희망이 싹틀 수 있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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