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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윤주의 이제는 국가유산] [17] 세상과 국민이 태평하기를, 태평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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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국가유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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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이즈음 화제가 된 영상이 있다. ‘세상과 국민이 태평하기를’이란 제목으로, 새롭게 다시 추는 태평무(太平舞)였다. K팝 안무가이자 댄서 리아킴이 국가무형유산 태평무 보유자 양성옥에게 태평무를 배워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춤은 증강 현실(AR)과 만나 특별함을 건넸다.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에서 모두의 안녕을 기원하며 위안과 즐거움을 전해주었다.

태평무는 나라의 평안과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춤이다. 유래가 명확하지 않으나 한성준(1874~1941) 등 예인들이 경기 지역 무속에서 비롯된 춤과 음악을 바탕으로 재구성해 전승되는 무형유산이다. 한성준은 1900년대 민속 무용을 비롯하여 궁중 무용과 기방 무용 등 전통 춤을 집대성해 ‘근대 한국 춤의 아버지’로 불린다. 게다가 그는 당대 유명 판소리 명창과 활동한 고수로 명성이 자자한 예인이었다.

태평무는 다른 춤보다 장단이 복잡하고 기교가 현란하다. 화려한 궁중 복식을 입고 추는 모습은 우아하면서도 절제된 동작이 기품 있다. 특히 발 디딤새가 백미다. 장단의 변화에 따라 무릎 들어 걷고, 겹걸음, 잔걸음으로 사뿐거리다 몰아치는 다양한 발 디딤새가 쉴 새 없이 춤사위를 이끈다. 잘게 크게 움직이다 버선코가 들리며 설핏 멈출 때도 몸에서 꾹 내려오는 묵직한 힘이 전해진다.

우아한 춤사위와 말아 쥔 치맛자락 아래 보이는 버선발은 매혹적이다. 우리 춤 중에 가장 기교적인 발짓 춤으로 불리는 태평무는 추기 힘든 복잡한 춤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가만 생각해 보면 태평함을 간절하게 기원할 때는 평안하지 않을 때다. 태평하기를 기원하며 화려한 궁중 옷을 무겁게 입고 어려운 발장단으로 힘들게 풀어내는 춤, 태평무.

2024년 마지막 달에 몰아친 우리의 날들이 지닌 무게가 무겁다. 얼마 남지 않은 잊지 못할 한 해를 보내며 태평무의 발 디딤과 그 춤에 스민 마음을 생각한다. 그리고, 어려운 시기에도 언제나 위안과 신명으로 승화시켰던 문화의 힘으로 국운이 다시 떠오르기를 그리고 우리가 평안하기를 기원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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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자연유산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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