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학계서 커지는 개헌론
윤태곤 정치 칼럼리스트 |
12·3 비상계엄 사태는 윤석열이라는 개인의 문제와 더불어 현행 대통령제의 한계와 문제점을 극명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비상계엄이 잘못됐다고 느끼는 사람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탄핵에 대한 입장이 갈팡질팡하는 건, 정권을 잃었을 때의 두려움이 큰 것이고 현행 대통령 권한이 막강하다는 방증이다. 반면 국회가 이번에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신속하고 원만하게 이끌어낸 것은 의회 정치에 대한 국민 신뢰를 끌어올렸다. 개헌 논의 자체가 가능할 최소한 조건은 마련된 셈이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거의 모든 정부가 임기 중에 개헌을 추진하고자 했다. 노태우 정부는 내각제 개헌 약속을 축으로 3당 합당을 성사시켰고, 김대중·김종필의 DJP 연합은 내각제 개헌을 고리로 결성돼 국민의 정부를 탄생시켰다. 노무현 정부는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했다가 거부당한 이후 권력 구조 개편을 골자로 한 원 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이명박 정부도 임기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행정 구조 개편을 포함하는 개헌안을 띄웠다. 하지만 개헌에 성공한 사례는 없다. 한국 사회에 ‘이대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는 퍼져 있지만, ‘이렇게 하자’는 공감이 작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대통령의 실질적 권한이 더 세질 수 있는 중임제보다는 분권형 대통령제(이원집정부제) 도입을 주축으로 한 방안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다만 내년에 조기 대선이 실시된다면 당선이 유력한 후보가 자기 임기나 권한을 줄이는 개헌 카드를 수용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승산이 희박한 쪽에서 물타기를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개헌에 앞서 선거법을 개정해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꾼다면 개헌 못지않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소선거구제는 승자 독식 방식으로 사표(死票)를 양산해 유권자의 표심을 의석수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대통령 권력 독식과 판박이다. 진영 갈등과 정치 양극화를 부추긴 측면이 강하다.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하면 거대 양당이 의석을 양분하는 데다가 쏠림 현상이 강한 소선거구제와 달리 분열과 대립이 완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공천권, 토호성 정치인의 기득권도 지금보다는 약화될 것이다. 광역 의회가 그런 식인데 국회에 비해 정당 간 협치가 강제되는 면이 있다. 이렇게 되면 정치적 대립을 완화하면서 대통령제 운용 방식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노무현 박근혜 윤석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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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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