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헌법재판관 선출에 관한 인사청문특위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야당은 단독으로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을 의결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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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재판을 두고 정치권의 ‘침대 축구’가 시작됐다. 사법부 판단에 둘의 운명이 좌우되는 상황에서 각자 유리한 대로 이를 늦추기 위한 ‘꼼수 배틀’이 치열하다.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가 보낸 서류를 받지 않고 있다. 헌재는 18일 “수명재판관(증거 조사 등을 담당하는 재판관)이 지난 17일 윤 대통령에게 24일까지 자료를 제출하라는 준비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헌재는 전날 입증계획, 증거목록, ‘계엄포고령 1호’와 계엄 관련 국무회의 회의록 등을 제출하라는 서류를 대통령비서실에 전자송달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 수령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이날 다시 우편으로 보냈다. 헌재는 16일과 17일 탄핵소추 의결서 등도 인편과 등기를 통해 대통령비서실과 관저에 보냈지만 ‘수취인 부재’ 등의 이유로 전달되지 않았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임기가 끝나는 내년 4월 18일 이후로 탄핵 선고를 늦추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두 사람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명·임명한 진보 성향 법관이다. 현재 헌법재판관 세 자리가 공석이어서 6명 중 1명만 반대해도 탄핵소추는 기각된다. 재판관이 적은 게 윤 대통령에게 유리하다.
여당도 윤 대통령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7일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직무정지 시에는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하기 위한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특위)에 여당은 불참했다. 결국 특위를 단독으로 진행한 야당은 30일 본회의에서 이들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
민주당이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빠른 진행을 촉구하는 사이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재판을 늦추기 위한 총력전을 펴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불법 대북송금’ 재판에서 법관 기피 신청을 했다. 법관 기피를 신청하면 통상 재판이 2~3개월 늦어진다. 이 대표는 지난 7월 수원지법에서 재판하는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옮겨 달라고도 신청했다. 이 사건에서 이 대표는 지난 6월 기소됐지만, 공판준비기일만 네 차례 열렸을 뿐 본격 재판은 시작도 못 했다.
이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과 관련해선 소송기록 접수통지서 수령을 피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두 차례 우편으로 서류를 보냈지만 ‘폐문부재’ 등의 사유로 송달에 실패하자 법원 집행관이 직접 서류를 전달하는 집행관 송달 절차에 착수했다. 국회 의원회관 이 대표 방에 직접 전달하기 위해서다. 소송기록 통지서를 수령한 피고인은 2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앞서 1심 법원은 항소장 접수통지 서류가 이 대표에게 전달되지 않자 결국 공시 송달 처리했다. 일정 기간 홈페이지에 공고하면 서류가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방식이다. 이 대표의 지연 전략은 조기 대선 가시화에 따른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탄핵 사건은 헌재 사건 접수 후 180일 이내에 선고해야 하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리에는 91일이 걸렸다. 윤 대통령이 파면되면 그로부터 60일 이내에 차기 대선이 열려야 한다. 내년 5월 대선이 가능하단 얘기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강조한 ‘6·3·3 원칙’(1심 6개월, 2·3심 3개월)에 따르면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확정 판결은 내년 5월까지 나와야 한다. 만약 1심 판결대로 확정되면, 이 대표는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대선에 나설 수 없다. 재판 지연이 이 대표가 대선에 도전하기 위한 가장 안전한 길인 셈이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 2심 재판을 원칙대로 2월 15일까지 끝내달라”는 탄원서를 법원에 내기로 했다.
윤성민·김정연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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