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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자, ‘국민연금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다. 큰손인 국민연금공단이 국내 투자 비중을 늘려 소방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계엄 사태의 후폭풍을 국민 노후자금으로 수습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 다음날인 지난 4일부터 16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2조2212억8700만원 어치 주식을 팔았다. 같은 기간 연기금은 1조6335억1200만원 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비상계엄 사태로 붕괴된 국내 증시와 급등한 환율 방어를 위해 연기금이 방파제 역할을 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여파는 국내 주식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4일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전날 대비 2% 가까이 하락하며 2450.75를 기록했다. 이후 연기금이 순매수를 통해 구원투수로 나서며 18일 코스피 종가는 2484.43으로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증시가 불안정하니, 정부와 국회는 국민연금이 소방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연기금 등이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12일 페이스북에서 “비상 시국에 국민연금이 해외 수익을 실현해 국내에 투자한다는 시그널이 나가면 환율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연금 역할 확대’를 제안한다”고 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역시 10일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확대 매입해 시장 안정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면, 큰 운용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오는 2056년 국민연금 기금 고갈이 예정된 만큼 운용수익률을 통해 자산을 불리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분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2024년 1~9월 수익률을 살펴보면, 올해 국내주식 수익률은 0.46%다. 해외주식(21.35%), 해외채권(6.97%), 대체투자(5.05%) 잠정수익률에 한참 못 미친다.
국민 호주머니에서 각출한 연금으로 비상계엄 사태의 후폭풍을 수습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계엄 사태 이후 (거래된 나흘 동안) 국내주식시장에서 144조원이 빠져나갔다”면서 “그런데 외국인이 매도한 금액을 연기금이 매수했다. (폭락한 증시를) 연기금으로 막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도 “국내 증시 안정화를 위해 국민연금 기금을 상당수 투입하고 있다”면서 “국민연금을 동원하며 우리 국민들의 노후자산이 녹아내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주가가 폭락해 자본 유출로 이어지기 전에 국민연금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내주식 부양 차원만이 아니라 국민연금도 국내주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저점일 때 매수해 위기를 관리하는 것이다. 경제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연기금도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민연금은 장기 투자를 하기 때문에 당장 단기간 손실을 보는 것이 기금 소진을 앞당길 정도의 영향은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연기금이 큰 손실을 보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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