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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운동으로 뛰는 심장’이 더 크고 똑똑한 뇌를 만든다 [건강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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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대학 신경과학 및 심리학 교수 웬디 스즈키는 세계적인 강연 플랫폼 테드(TED) 무대에서 뇌와 운동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며 대중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테드 동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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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은 그저 몸을 건강하게 하는 활동이 아니에요. 뇌를 변화시키고, 삶을 변화시킵니다.”



미국 뉴욕대학 신경과학 및 심리학 교수 웬디 스즈키는 세계적인 강연 플랫폼 테드(TED) 무대에서 이 한마디로 전세계를 사로잡았다. 2017년 당시 영상은 조회수 3200만 회를 기록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스즈키는 과학적 근거와 자신의 경험을 결합해 운동이 어떻게 뇌의 학습, 기억력, 그리고 기분을 개선하는지에 대해 명쾌하면서도 알기 쉽게 대중에게 설명했다.



이 강연은 자신의 연구와 삶에서 겪은 깊은 고민과 변화의 결과를 담은 것이기도 했다. 뇌 가소성에 대한 연구로 촉망받던 시기였지만, 뉴욕대학에서 종신 재직권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시절의 그의 삶은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스트레스와 고립감에 시달렸다. 그렇게 번아웃에 빠졌던 상황에서 페루로 떠난 여행은 인생을 바꾸는 중요한 변곡점이었다. 이때의 경험은 그가 운동과 정신건강의 연결고리에 주목하게 했다. 그 후 스즈키는 신경과학과 심리학을 결합해 운동이 뇌에 미치는 변혁적인 영향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스즈키의 저서는 국내에서도 ‘당신의 불안은 죄가 없다’와 ‘체육관으로 간 뇌과학자’라는 이름으로 출간돼 있다.



신경과학자, 저자, 강연자로 활발히 활동하며 뇌 건강을 위한 실질적 행동 지침을 제시하는 웬디 스즈키 교수를 건강한겨레가 국내 언론 최초로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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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 스즈키 미국 뉴욕대학 신경과학 및 심리학 교수는 자신도 경험을 통해 뇌와 운동의 중요한 상관관계에 대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사진은 건강한겨레와 화상인터뷰를 하고 있는 스즈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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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자살률이 매우 높은 나라 중 하나다. 많은 이들이 우울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저서에서 ‘불안’을 피하지 말고 잘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나?



“우리는 모두 불안하다. 우선 이걸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지나친 불안은 우리의 정신건강을 갉아먹기는 하지만, 정상 범위의 불안은 우리가 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준다. 불안이 없었다면 아마 인류는 재해나 위험한 상황을 제대로 감지하지도 못하고 오래전에 사라졌을 것이다. 이처럼 불안이 우리를 보호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관점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나 역시 다른 많은 이들처럼 돈에 대한 불안이 있었다. 그럼 왜 나는 돈에 대해서 불안해할까? 내가 찾은 답은 내가 안정적인 삶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관점을 바꾸면 나는 돈 때문에 불안해하는 사람이 아니라 안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된다. 이처럼 불안이 자신의 삶에서 소중한 것을 알려주는 지표가 될 수 있음을 깨달을 때 불안은 부정적인 것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변화할 수 있다.”



-책과 강연에서 불안을 낮추고 뇌건강과 정신건강을 개선하는 방법으로 운동을 추천해왔다. 그렇지만 스트레스가 많고 이미 무기력해진 상황에서는 운동도 쉬운 것은 아니다.



“헬스장에 가서 1시간이나 그 이상 움직이는 것만이 운동은 아니다. ‘몸을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10분 걷는 것만으로도 불안과 우울 수준을 크게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 전이나 후에 10분 정도를 더 걷는 것도 좋다. 극심한 우울증의 경우에는 침대나 소파에서 일어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런 경우에는 약물치료 등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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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 스즈키가 추천하는 뇌 건강 5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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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력과 뇌 건강을 개선하는 팁도 궁금하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부분에 관심이 높아진다.



“기억력을 개선하는 방법은 15살이든 55살이든 비슷하다. 기억을 담당하는 곳은 ‘해마’다. 해마의 크기는 나이가 들면서 점진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다행인 것은 해마는 새로운 뇌세포를 생성할 수 있는 두 개의 뇌 영역 중 하나라는 점이다. 심박수를 높이는 유산소 운동은 해마에 성장 인자를 방출하여 새로운 뇌세포를 성장하게 한다. 소파에 앉아 온종일 비디오게임을 하는 사람보다 밖에 나가서 뛴 사람은 훨씬 더 크고 건강한 해마를 갖게 될 것이다.



더불어 전반적인 뇌 건강을 위해서는 다섯 가지 원칙이 중요하다.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 명상과 마음 챙김, 사회적 연결, 균형 잡힌 식단이다. 몸에 좋은 것은 뇌에도 좋다.”



-나머지는 익숙하지만 사회적 연결은 아직 낯선 것 같다.



“연구에 따르면 고립은 뇌건강과 정신건강 모두에 악영향을 미친다. 외로움이 단순히 감정이 아니라 실제로 뇌에 스트레스를 가하는 요소라는 의미다. 한국 사회처럼 경쟁이 치열하고 개인의 성취가 중시되는 환경에서는 이런 사회적 유대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과의 깊은 대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자. 아주 간단한 것부터 시작해도 좋다.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시간, 친구와의 짧은 전화 통화, 동료와 점심을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뇌는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사회적 상호작용은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기분을 좋게 만드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게 한다.”



-스마트폰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디지털 중독은 정말 심각한 문제다. 스마트폰은 우리에게 정보를 무제한으로 제공하지만, 동시에 집중력과 정신건강을 해칠 수 있다. 스마트폰과 SNS를 사용할 때 우리의 뇌는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에 노출된다. 이로 인해 뇌가 과부하 상태가 되고 결국 만성 스트레스와 불안을 유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정 정도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하는 것이 좋다. SNS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것도 필요하다. SNS는 비교의식을 불러일으키고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강화할 수 있다. 나 자신도 가끔 SNS에서 다른 사람들의 성공을 보고 초조함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의식적으로 휴식을 취하고 실제 사람들과의 관계에 더 집중하려고 한다.”



-한국에서는 청소년들의 정신건강 문제도 심각하다. 특히 정신건강에 관련해 조언해준다면?



“한국 청소년들은 학업 스트레스와 경쟁 압박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청소년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라’는 것이다. 성적이나 성취가 전부가 아니라 자신의 정신건강과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자신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명상, 운동, 글쓰기, 혹은 단순히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도 좋다. 이런 활동은 뇌를 회복시키고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마지막으로 최근에 뇌 과학 분야에서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미국에서 가장 큰 사립대학의 학장으로서 연구하고 있는 것은 연결과 소속감이 뇌건강과 학업성취도에 미치는 중요성이다. 외로움이라는 이름의 전염병은 우울증 수치 증가와 불안 수치 증가로 이어진다. 내 목표 중 하나는 학생들이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 휴대폰을 내려놓고 학생들이 서로 소통하고 게임을 하고 공부하는 환경을 제공하고자 한다. 이런 활동을 통해 소속감을 얻는 것이 학업성취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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