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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장애 의심 아기, 양육 부담에 살해한 가족… 실형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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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장애 아동 양육 부담, 감내 쉽지 않아”

조선일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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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갖고 태어난 것으로 의심되는 아기를 출산 당일 퇴원시켜 살해한 가족이 대법원에서 실형을 확정받았다. 이들은 장애 아동 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 등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피해 영아의 친부 이모(42)씨에게 징역 5년, 친모 김모(45)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달 20일 확정했다. 외할머니 손모(62)씨도 징역 4년을 확정받았다.

이씨와 김씨 부부는 2014년 임신한 뒤 정기 검진을 받다가 태아의 심장에 이상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았다. 산부인과를 찾은 이들은 이듬해 3월 의료진으로부터 “다운증후군이 의심된다”며 양수 검사를 권유받았다. 그러자 부부는 장애가 있는 아기를 낳아서 치료·양육하는 것이 힘들 거라 생각하고 손씨와 범행을 저지르기로 공모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김씨는 서울의 한 병원에서 제왕절개로 34주 차에 아기를 낳았고, 손씨가 출산 당일 퇴원시킨 뒤 부부의 집으로 데려갔다. 아기는 하루 동안 방치된 뒤 사망했다. 이들은 아기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산에 매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씨 등이 공모해 아기를 살해했다고 보고 살인죄로 기소했다. 이후 부부는 다시 임신을 시도해 출산했는데, 그 아이도 언어 발달 지연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심은 이씨에게 징역 6년, 김씨에게 징역 4년, 손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1심은 “자식은 부모와 독립된 인격체로서 부모의 소유물이나 처분 대상이 아니므로, 피고인들은 자녀를 보살펴 주어야 할 책임을 망각한 반인륜적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사건 범행의 계기는 피해자의 장애 외에는 찾기 어렵다”며 “우리 사회 공동체의 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장애 아동의 양육 부담 대부분을 가족이 짊어져야 하는 혹독한 상황에서, 경제적으로 충분히 여유롭지 못한 경우 양육의 부담을 감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2심도 혐의를 인정했지만 피고인들의 형량을 1년씩 감형했다. 2심 재판부는 “한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낳는 지극히 평범한 희망이 유독 피고인들에게는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며 “이씨 등이 첫아이에 대한 죄책감을 평생 가지고 속죄하겠다고 다짐하는 점, 자신들과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장애 아동(다운증후군) 지원 사업에 2000만원을 후원한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다소 무거워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살인죄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판결을 확정했다.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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