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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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한대행은 이날 농업 4법(양곡관리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농어업 재해 대책법·농어업 재해 보험법)과 국회법,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 등 야당이 통과시킨 6개 법안에 취임 닷새 만에 첫 거부권을 행사했다. 한 권한대행이 야당의 압박에도 대통령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국무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재의요구권은 대통령에게 보장된 헌법상 권한”이라며 “대통령 권한을 이어받은 국무총리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게 탄핵 사유가 된다는 것이 어느 헌법과 어느 법률 규정에 의해서 그런 판단을 내리는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에게 이날 거부권 행사는 ‘모의고사’와 흡사하다. 당초부터 더불어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이날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즉각적으로 탄핵안을 추진할 생각이 없었다. 야당 입장에선 두 특검법 공포와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을 조속히 임명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 한 권한대행을 탄핵한 뒤 벌어지는 혼란으로 특검법안 공포와 헌법재판관 임명이 지연되는 것이 더 나쁜 상황인 셈이다. 한 권한대행 탄핵 후 국정운영의 혼선 및 여당과의 법적 다툼도 부담된다. 결국 한 권한대행으로서는 상대적으로 덜 부담을 갖고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란 특검법 및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다르다. 한 권한대행에겐 ‘수능’에 가깝다. 지난 17일 정부로 이송된 두 특검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기한은 다음달 1일까지다. 한 권한대행이 특검법안에 대해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민주당 등 야당은 한 권한대행의 탄핵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한 권한대행이 특검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지는 미지수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헌법, 법률에 부합하는지를 기준을 가지고 검토할 계획”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반복했다. 정부 관계자는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등 6개 법안과 특검법안은 별개의 안건이라며 수용 가능성도 내비쳤다.
한 권한대행 입장에서 특검법 거부는 정치적 부담이 크다.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에 참석해 내란 사태 피의자 신분인 한 권한대행이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게 되면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감싸고 김건희 여사를 방탄하려 한다는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압도적 민심을 거스르게 되는 것이다.
국회 몫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도 숙제다.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해도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태클을 걸려고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논리적으로도 여당은 대통령이 ‘궐위’ 상태가 아니어서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다수의 헌법 학자들은 국회 몫 재판관이고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은 ‘소극적 직무 수행’에 그치는 것이어서 임명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 한 권한대행이 이날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만큼 국회가 청문 절차를 거쳐 추천한 후보 임명을 거부할 근거는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거부권이란 적극적 직무 수행을 한 상황에서 소극적 직무 수행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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