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16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연준의 결정으로 고차 방정식을 풀어야 하게 됐다. 미국 연준이 지난 18일(현지시간)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면서 향후 1년간 금리 인하 횟수를 기존 4회에서 2회로 줄이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금부터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진전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신중하게 정책금리 인하를 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다. 물가를 고려해 금리인하 속도를 늦추겠다는 것이다.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는 금리를 낮추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내년 1월 집권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관세 인상 등 물가를 자극할 정책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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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한국 경제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와 한은은 이미 경기 위축 국면으로 진단하고 있다. 한은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연 1.9%까지 낮췄고,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소비심리도 더 위축됐다. 한은에 따르면 계엄 사태 이후 이달 4~13일 신용카드 하루평균 사용액은 2조5102억원으로 한 달 전 같은 기간보다 3% 정도 줄었다.
미국 금리 인하의 속도와 인하 폭을 고려하지 않고 한국만 독자적으로 금리를 계속 내리기는 쉽지 않다. 연준이 금리를 동결하는 가운데 한국만 금리를 내릴 경우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을 가속화하고, 이는 환율 불안을 더 부추길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18일 “미국의 금리 수준과 속도를 고려해 금리 인하의 시기와 폭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금리인하에 반대한 한 금통위원은 “추가 금리 인하가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재정을 풀어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부진 심화로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이 크지만 고환율을 고려하면 추가 인하가 쉽지 않은 환경”이라며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이 경기진작을 위해 중요한 정책수단”이라고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오른쪽)이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이창용 총재와 만나 인사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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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 사상 첫 한국은행 방문
한편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서울 중구 한은을 방문해 이 총재와 30분간 비공개 면담을 했다. 국회의장이 한은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 의장은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이라는 초유의 상황으로 우리 경제의 안정성과 성장 잠재력이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며 “특히 가계부채 안정화, 금융시장의 공공성, 수출 회복 지원을 위해 금융 당국의 선제적 대처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FOMC 결과에 시장이 바뀌는 것처럼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경제 시스템이 정치 프로세스와 분리돼 정상 작동한다는 신뢰가 구축된다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감내 가능한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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