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법은 당략 떠나 신중히 결정해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이날 6개 쟁점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사진=뉴시스화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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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9일 임시국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국회증언감정법 등 6개 쟁점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충분한 논의와 조율도 없이 강행 처리한 법안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권한대행이 처음 행사한 거부권이다.
한 대행은 "헌법 정신과 국가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했다. 정부 재정 안정을 위협하고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법안을 정부가 거부한 것은 마땅한 처사다.
양곡관리법,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법 개정안, 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 등 농업 4법은 통과될 경우 정부 재정 부담이 막대해 폐해가 크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남는 쌀을 강제 매수하는 '농망' 4법"이라고 반대한 법안이다. 민주당은 강행 처리했고, 윤 대통령이 거부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양곡관리법은 남는 쌀을 정부가 매입하고 가격이 떨어지면 차액을 보장해 주는 법률이다. 쌀 공급과잉 구조에서 쌀값 하락, 시장 기능 역행과 같은 부작용이 상당하다. 지금도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는 데 연간 1조원 이상이 드는데, 막대한 추가 부담이 불가피하다. 농수산물 안정법도 인위적 개입으로 수급·가격의 자율적 시장 기능을 왜곡할 것이다.
농어업 재해대책법 등은 가입자 간 형평성, 도덕적 해이, 국가정책 이해상충 문제를 피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부수 법안 원안을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하는 규정을 폐지하는 국회법 개정안은 예산 심사를 더 지연시켜 납세자 권익이 침해될 수 있다. 국회증언법은 기업이 개인정보 보호와 영업비밀을 이유로 국회에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없고, 동행명령을 강제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소지가 다분하다.
6개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이런 이유에서 불가피했다고 본다. 윤 대통령도 관련 법안들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해 왔는데, 탄핵소추와는 다른 문제다. 권한대행으로서 정책의 기조를 유지한 것뿐이다. 한 대행이 법안을 거부하지 않고 수용했다면 큰 오점으로 남았을 것이다. 거부권이 권한대행의 '권한 남용'이라는 야당의 주장은 옳지 않다.
민주당은 포퓰리즘 법안을 국정공백 속에 더 세게 밀어붙일 것이다. 한 대행을 탄핵하겠다고도 한다. 민생과 경제, 나아가 국익만 바라보았다면 거부권 행사에는 문제가 있을 수 없다. 다른 문제에서도 한 대행은 마지막 공직에 임한다는 각오로 국익과 국민을 보고 정정당당하게 결정해야 한다. 민주당은 시간을 갖고 쟁점 법안을 숙의하고 다시 조율하기 바란다. 한 대행을 탄핵하겠다고 겁박하고 흔드는 행태도 멈춰야 한다.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판단은 남아 있다. 정치적 성격이 강한 다른 차원의 문제로 더 고민해야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이 탄핵소추를 당한 마당이라 상황이 변했다. 슬기롭게 판단해야 한다. 이것까지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옳은지, 여론도 살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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