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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사설] ‘내란 모의’ 용현파·롯데리아파, 군 사조직들 전모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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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윤석열이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했을 때 육군 제2기갑여단 구삼회 여단장(준장)이 경기 성남시 판교 국군정보사령부 예하 부대 사무실에서 대기 중이었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구 여단장은 비상계엄을 기획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예비역 육군 소장)의 호출을 받았다고 한다. 전방의 최정예 전차(탱크) 부대를 지휘하는 장성이 위수 지역을 이탈해 내란 세력과 함께 있었으니, 지금 생각해도 등골이 서늘하다.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김용현 전 국방장관은 그날 오전 11시40분 국방컨벤션센터 오찬에서 ‘국회가 국방예산으로 장난질인데, 탱크로 확 밀어버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 자리에 참석한 국방부 정책차장 방정환 준장도 당일 오후 휴가를 내고 판교의 정보사 사무실로 이동했다고 한다.

국헌을 문란케 하고 헌정 질서를 파괴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군 사조직이 동원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윤석열과 고교 선후배 사이인 김 전 장관과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을 비롯한 충암고 출신 군 인사들이 이번 계엄을 주도하고, 김 전 장관이 군 내부에 육사 학연과 승진 인사로 심은 ‘용현파’도 가세했다는 것이다.

최근 구속된 노 전 사령관은 이른바 ‘롯데리아파’로 알려진 사조직 운용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계엄 이틀 전인 지난 1일 경기 안산의 롯데리아 햄버거집에서 문상호 정보사령관과 정보사 대령 2명과 만나 비상계엄을 사전 모의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선관위 서버 확보와 정보사 산하 북파공작부대(HID) 투입 등도 지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민간인 신분이지만 김 전 장관과의 친분, 전현직 정보사 간부들과의 인맥을 바탕으로 현역들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상명하복으로 움직이는 군에 사조직은 금물이다. 존재 자체가 국가에 엄청난 위험 요인이다. 군의 단결을 저해하고 공적인 지휘 체계를 무너뜨려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친다. 전두환·노태우 등이 1979년에 일으킨 12·12 군사쿠데타, 1980년 5월 광주 학살도 ‘하나회’라는 사조직에서 비롯됐다. 역사의 비극을 반복해선 안 된다. 권력자와 군 사조직이 야합해 국가와 국민에게 총칼을 겨누는 일은 두 번 다시 없어야 한다. 민주주의를 위협한 군 내 ‘윤석열 사조직’을 발본색원하고, 군에 문민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경향신문

지난 10월1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대통령 윤석열(오른쪽)이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과 사열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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