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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군복 벗은 노상원, ‘김용현 뒷배’ 업고 장군들 불러 내란 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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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문상호 정보사령관(왼쪽부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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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 41기 노상원씨를 아느냐.”



문상호 정보사령관은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렇게 묻자 “잘 모른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비상계엄 선포 이틀 전(1일) 문 사령관과 정보사 대령 2명을 경기 안산시에 있는 롯데리아 영업점에서 만나 내란을 사전 모의한 혐의로 구속됐다. 12·3 내란사태 이후 관련자들의 입에서 나오는 증언들을 보면, 노씨는 지난 11월 문 사령관에게 “공작을 잘하는 인원 15명 정도를 선발해 명단을 보고하라”고 지시하는 등 ‘상관’ 노릇을 했다. 문 사령관은 직속상관인 원천희 국방정보본부장(육군 중장)을 무시하고 민간인 노씨의 지시를 따랐다.



노씨는 부하 여군을 성추행해 2018년 불명예 전역한 인물이다. 군복을 벗은 지 6년 넘은 민간인 노씨가 현역 육군 소장인 문 사령관 등을 일요일(1일) 오후 자신의 집 근처 햄버거 가게로 소집하는 등 ‘상관’ 노릇을 할 수 있었던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군 사정을 아는 이들은 이번 내란을 기획한 ‘노상원의 힘’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라는 ‘뒷배’와 문 사령관 등과의 학연·근무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문 사령관의 답변과는 달리 군 내부에서는 두 사람이 ‘모를 수 없는 사이’라고들 한다. 노씨와 문 사령관(육사 50기)은 졸업한 고등학교는 다르지만 같은 대전 출신인데다 육사 및 정보 병과 선후배 사이다. 두 사람은 시차를 두고 같은 보직(제7사단 수색대대장, 정보사령관)을 지냈다. 박근혜 정부 때 노씨는 대통령 경호실에 파견된 군인들을 관리하는 경호실 군사관리관(육군 준장)이었고, 당시 소령이던 문 사령관은 경호실에서 1년 근무했다.



‘근무연’은 군 장교들의 진급 등 인사에서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다. 특히 군 내부에선 지난 11월25일 하반기 장성 인사에서 문 사령관이 노씨 덕분에 살아남았다는 말이 나왔다. 대북 비밀공작을 하는 정보사 블랙 요원 명단이 유출되고 부하 여단장의 하극상 논란이 겹치면서, 문 사령관이 경질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문 사령관의 ‘예상 밖 유임’을 두고 김 전 장관과 밀접한 관계인 노씨가 힘을 썼다는 말이 파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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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0월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 시가행진 행사에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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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씨는 김 전 장관(육사 38기)의 육사 3년 후배다. 두 사람은 수시로 통화하는 사이라고 한다. 첫 인연은 박흥렬 육군참모총장(2006~2008) 때 시작됐다. 김 전 장관은 박 총장 비서실장이었고, 당시 국가정보원 파견 근무를 했던 노씨가 각종 정보를 김 전 장관에게 제공해 환심을 얻었다고 한다. 노씨가 박근혜 정부 시절 경호실 군사관리관을 할 때, 경호실장이 박흥렬 전 총장이었고, 김 전 장관은 대통령 경호 업무와 밀접한 수도방위사령관을 했다.



김 전 장관은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경호처장을 맡았다. 그는 경호처장 때부터 군 내부에서 ‘국방상왕’이란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군 인사를 좌우한다는 뒷말이 나왔다. 특히 지난 9월 국방부 장관에 취임한 이후 노씨가 그를 뒷배로 삼아 더욱 강하게 정보사를 장악했다고 한다. 지난 3일 밤 정보사 특수임무 요원들이 대기했던 경기도 성남시 판교 정보사 100여단 사무실에 정보사 업무와 관련 없는 구삼회 제2기갑여단장과 방정환 국방부 정책차장(육군 준장)을 불러 모을 수 있었던 것도, 노씨가 김 전 장관을 통해 장성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사적인 근무연 등으로 얽힌 전현직 군 관계자들이 공식 지휘 라인을 무력화하고, 12·3 내란을 준비했다는 점에서 1979년 전두환 등이 군내 사조직 ‘하나회’를 중심으로 일으킨 12·12 군사반란보다 더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19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군내에서 사조직이라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있지도 않다”고 밝혔다. 이어 “군 인사는 정상적인 절차와 규정에 따라 최적임자를 대상으로 진급이 이뤄진다”며 노씨의 인사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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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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