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히잡 착용 강요않고, 교육 보장”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축출 뒤 시리아 새 정부 수립을 준비하고 있는 반군조직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의 지도자 아부 무함마드 알줄라니(오른쪽)가 17일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토비아스 툰켈 독일 중동 특사와 대화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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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알아사드 정권을 축출하고 내년 3월 새 정부 수립을 준비하고 있는 시리아 반군이 여권(女權) 보장을 약속하며 국제사회에서 정상 국가로 인정받기 위한 메시지를 연일 내놓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약속이 지속적으로 이행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시리아 최대 반군 조직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 지도자 아부 무함마드 알줄라니(42·본명 아흐메드 알샤라)는 18일 공개된 BBC 인터뷰에서 여권(女權), 특히 여성의 교육을 보장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물론이다”라고 답했다. 그는 “(우리가 지배해 온) 이들리브 지역에서 8년 이상 운영된 대학의 여성 비율이 60%가 넘는다”고도 했다. 과도 정부의 새 총리를 직접 임명한 알줄라니는 사실상 현 시리아의 최고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시리아 대통령궁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군복이 아닌 양복 차림으로 나타났고,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시절 사용했던 이름이 아닌 본명으로 소개됐다.
초기에 유화책을 폈다가 돌변했던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의 행보를 따라갈 것이란 논란도 일축했다. 알줄라니는 “아프간은 부족 공동체로, 시리아와 다르다. (시리아) 사람들은 일원화된 방식으로 사고하지 않는다”며 “시리아 정부와 통치 체제는 시리아의 역사와 문화를 따를 것“이라고 했다. 탈레반은 집권 1기(1996~2001년)와 달리, 2021년 8월 재점령 이후 여성의 언론·정치 활동 보장, 강제 결혼 금지 등 여권 신장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러나 1년 만에 여성의 언론 활동과 대학 출입을 금지시켰고, 최근에는 유일한 여성 교육 시설이었던 보건학원을 폐쇄했다.
알아사드 정권이 축출되고 아흐레가 지난 17일 수도 다마스쿠스의 식당에서 여성들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왼쪽 여성이 두른 것은 시리아 반군 연합 깃발 무늬의 스카프다. 새 정부 구성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반군 조직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은 히잡 착용을 강제하지 않는 등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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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2019년 무렵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 지역을 장악한 HTS가 유화적인 통치를 펼쳤고, 탈레반과 다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의 중동 정책 싱크탱크 ‘워싱턴 연구소’는 “HTS는 이들리브 지역에서 여성이 히잡을 쓰지 않아도 되도록 허용했고, 금연을 강요하지 않았다. 탈레반보다 느슨한 정권”이라고 밝혔다. 다만 알줄라니는 이슬람 율법이 금지하는 ‘주류 섭취’를 허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법적 문제이기 때문에 말할 권리가 없다. 헌법이 작성되면 통치자는 법을 따를 것”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미국·유엔 등이 HTS를 테러 단체로 지정한 것을 해제해 달라는 요구도 했다. 그는 “우리는 테러 단체라고 불릴 만한 어떠한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다. 그러한 지위(테러 단체)에 대한 우려를 이해하지만, 그건 진실이 아니다”라며 “지난 정권을 타깃으로 했던 제재는 멈춰야만 한다. 독재자와 희생자가 같은 취급을 받아선 안 된다”고 했다.
국제사회는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지난 10일 “HTS의 테러 단체 지정 해제를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는 시점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예이르 페데르센 유엔 시리아 특사는 18일 “과도기가 지나고 때가 되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치러질 것”이라며 “신뢰할 수 있고 포용적인 정치적 전환이 확실히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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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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