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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탈경계인 서경식의 잔잔하고 단단한 사유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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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어둠에 새기는 빛 서경식 지음, 한승동 옮김, 연립서가, 2만5000원


“승산이 있든 없든 ‘진실’을 계속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엄혹한 시대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용기를 잃지 말고, 고개를 들고 ‘진실’을 계속 이야기하자. (에드워드) 사이드만이 아니다. 세계 곳곳에 천박함과 비속함을 거부하는, 진실을 계속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들이야말로 우리의 벗이다.”



서경식(1951~2023) 전 도쿄경제대 교수가 타계하기 다섯 달 전인 2023년 7월 ‘한겨레’에 쓴 칼럼의 한 대목이다. 2005년 5월 첫 글을 쓴 이래 18년 간 이어온 연재 칼럼의 마지막 기고였다. ‘어둠에 새긴 빛’은 그중 2011년 이후 쓴 72편과 다른 매체에 실린 9편까지 모두 81편의 글을 엮은 책이다. 칼럼의 특성상 그때그때의 전세계 시사 이슈나 일상의 경험이 글감으로 쓰였지만, 잔잔한 문장들에 담긴 단단한 사유와 빛나는 통찰은 여전히 적실하다. 책은 칼럼들의 집필 순서가 아니라 주제에 따라 1부 ‘노년의 초상’, 2부 ‘악몽의 시대에 보는 예술’, 3부 ‘후쿠시마 이후를 살다’, 4부 ‘출구 없는 세계-냉소와 망각의 틈바귀에서’로 짜였다.



그는 평생을 경계에 선 탈경계인이자 존엄을 위한 연대를 역설한 디아스포라 지식인이었다. 그가 남긴 글 하나하나에 그런 분투의 흔적이 오롯하다. 나이듦에 대한 상념, 고인 생전에 좋아했던 그림과 음악 이야기, 전쟁과 퇴행이 끝날 것 같지 않은 세상에서 희망을 잃지 않아야 할 이유 등 다양한 주제마다 깊은 따스함이 고였다.



조일준 선임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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