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서 54㎞ 떨어져…전교생 모두 기숙사 생활
교사들 든든한 후원자…“희망 주는 사람 될 것”
교사들 든든한 후원자…“희망 주는 사람 될 것”
전남 신안군 도초도에 있는 도초고등학교. 1978년 개교한 이 학교는 올해 처음으로 서울대 의해 합격생을 배출했다. 신안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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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이 하나도 없는 전남 신안의 한 섬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다닌 학생이 서울대 의과대학에 최종 합격했다. 전남의 90개 국공립고등학교 중에서 서울대 의대 수시합격은 이 학생이 유일하다.
20일 신안군과 도초고등학교에 따르면 도초고 3학년에 재학 중인 A양(18)이 서울대 의대 수시모집에 최종합격했다. A양은 서울대 외에도 다른 대학 의대에도 합격했다.
1978년 개교한 도초고에서 서울대 의대 합격생이 나온 것은 46년 만에 처음이다. 서울대 합격생도 2016년 이후 8년 만이다. 전남의 90개 국공립 고등학교 중 올해 입시에서 서울대 의대 수시합격생을 배출한 곳은 도초고가 유일하다.
도초고가 있는 신안 도초도는 육지인 전남 목포에서 서남쪽으로 54.5㎞ 떨어져 있다. 목포에서 쾌속을 타도 50여분 소요된다. 학교 주변에는 간척지와 야산, 바다뿐이다.
신안군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고등학교지만 인근 섬에서 온 학생들을 포함해 재학생은 160명에 불과하다. 3학년도 A양을 포함해 단 44명이다. 섬에는 학원이 한 곳도 없다. 도초도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모두 다닌 A양도 주중에는 학원에 다녀보지 못했다.
매일 등하교가 힘든 지역 특성상 도초고는 2008년 기숙형 고교로 지정돼 모든 학생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 학원이 없지만 학생들은 기숙사의 불이 꺼지는 오후 10시까지 공부했다고 한다.
관사 생활을 하는 교사들은 밤늦은 시간까지 기숙사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든든한 후원자였다. 임동규 도초고 교감은 “학원이 없으니 학생들이 공부하다 궁금한 문제가 있으면 교사들을 찾아온다”면서 “A양 외에도 서울지역 주요 대학에서 합격 통지를 받은 학생들이 여럿 있다”고 밝혔다.
신안지역 거점 고등학교 역할을 하는 도초고는 지역공동교육과정 운영, 학생 맞춤형 진로체험 중심의 자율적 교육과정 등을 운영하고 있다. 전남도교육청의 자율형 고등학교로도 지정됐다. 도초고의 교육과정이 알려지면서 수년 전부터는 매년 10여 명의 육지 학생의 도초고에 입학하고 있다.
A양은 “섬에서 공부하는 건 여러 제약이 많지만, 옆에서 선생님과 가족, 친구들이 응원해줬다”면서 “의사가 되면 이런 고마움을 사회로 돌려주고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밝혔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A양이 ‘섬 지역 학생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지역 학생들이 더 큰 무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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