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매파적 금리 인하로 강달러 지속
환율 15년 만에 1450원 돌파…이창용, 금리 정책 딜레마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한국은행 본관 총재 회의실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면담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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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이선영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회 연속 금리 인하를 택한 가운데 내년 추가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 이에 내년 1월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내수 침체와 탄핵 정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출범 등으로 경기 부양의 필요성은 높아진 상태지만 금리 인하 시 고공행진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을 자극할 수 있단 우려도 공존한다. 그가 경제 안정과 환율 방어 사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17~1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를 연 4.5~4.75%에서 연 4.25~4.5%로 0.25%포인트 내렸다. 9월 0.5%포인트 인하한 이후 세 차례 연속 금리 인하다. 우리나라와의 금리 차이는 1.75%포인트에서 1.5%포인트로 줄었다.
시장에선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의 이번 결정을 긴축 기조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번 금리 인하는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지만 최종 금리 전망치가 높아졌다. 연준 위원들은 내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로 3.9%를 제시했다. 기존 9월 전망치(3.4%)보다 0.5%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특히 향후 1년간 금리 인하 횟수를 기존 4회에서 2회로 줄이겠다고 밝혀 '매파적 인하'라는 분석이 나온다.
물가를 고려해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의사도 표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금부터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진전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신중하게 정책금리 인하를 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에 미국이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는 금리를 낮추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내년 1월 집권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관세 인상 등 물가를 자극할 정책을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 금리가 기존 예상보다 더디게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원·달러 환율도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9원 내린 1450.0원으로 출발한 뒤 횡보하고 있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1435.5원 대비 16.4원 오른 1451.9원에 마감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달러·원 환율이 1500원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FOMC 결과에 따른 달러 강세에 상승 압력이 우위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년도 점도표 중간값이 상향 조정되며 매파적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며 달러 가치가 급등하며 주요국 통화 가치가 급락했다"고 분석했다.
민 연구원은 "내년 통화정책 불확실성 심화에 안전자산인 달러로의 자금 유입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위험선호 분위기 위축이 불가피하다"며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순매도세가 커스터디 매수세를 자극하면서 환율 상승을 뒷받침한다. 단기적으로 환율 상단을 1500원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덧붙였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매파로 돌변한 연준 여파로 한국은행은 내년 1월 추가 금리인하 여부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 동시에 달러·원 환율에 추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달러·원 환율이 1450원 수준을 상회할 리스크가 커졌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1450원까지 뚫는 강달러가 지속되면서 이창용 총재의 고심도 깊어지게 됐다. 환율이 치솟은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더 내려가면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낮아져서다.
외에도 고려해야할 변수가 많다. 비상계엄 사태로 내수가 더 얼어붙은 상황 등을 고려하면 금리 인하가 필요하단 해석도 있다. 계엄 사태 이후 소비가 빠르게 위축됐고 이에 따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낮아진 실정이다.
앞서 이창용 총재는 지난 18일 열린 '2024년 하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4분기 성장률을 0.5%로 예상했는데, 0.4%나 그보다 조금 더 낮아질 것"이며 "국회를 통과한 예산안이 (내년 성장률에) -0.06%p가량 긴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최근 한국은행은 지난달 28일에 열린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00%로 인하했다. 10월 0.25%포인트 인하에 이어 두 달 연속 인하를 단행한 것이다.
내년 1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한국은행은 환율과 내수 흐름을 모두 고려해 기준금리를 결정할 방침이다. /더팩트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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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금통위를 앞두고 한국은행은 환율과 내수 흐름을 모두 고려해 기준금리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 총재는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 선제적 인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또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환율 변동 리스크 완화를 위해 국민연금공단과 외환스와프 거래 한도를 기존 500억 달러에서 650억 달러로 증액하기로 합의했다. 거래 기한도 내년 말까지 연장했다.
금융 당국 역시 은행의 해외법인 출자금 등 비거래적 외화자산에서 발생하는 환율 변동 시장 리스크는 위험가중자산 산출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히는 등 환율 안정에 힘을 쏟고 있다. 은행권에 올해 도입될 예정이었던 스트레스 완충자본 규제도 내년 하반기 이후로 연기됐다.
다만, 해외 투자은행(IB)들은 한은의 내년 1월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높게 내다보고 있다. 19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씨티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은은 계엄 사태에 대응해 안정적 경제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인식할 것"이라며 "내년 1월 0.25%포인트의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씨티는 계엄 사태 전에 진행된 지난달 28일의 금통위 의사록을 근거로 제시했다. 씨티는 "의사록에서 비둘기파 성향이 강화된 것을 확인했다"며 "일부 위원이 금리인하 시 환율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지만 대다수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 등에 따른 경기 하방 위험에 더 무게를 뒀다"고 했다.
바클리 역시 "현재로서는 한은이 내년 2월 금리인하를 포함해 총 0.75%포인트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계엄 사태로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면서 추가 인하 시점을 앞당기거나 인하 폭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연준의 금리 경로에 한은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연준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기조 등으로 원화 약세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한은의 금리인하 여지는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한국은행은 내년 1월 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동결 또는 인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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