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원장실과 상임위원실이 있는 서울 중구 나라키움저동빌딩 15층에 붙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권위지부의 성명서. 인권위 직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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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상임위원이 상임위원회에서 동료 위원을 향해 “입 좀 닥치라”고 막말을 한 데 반발하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권위 지부(인권위 지부)가 인권위 사무실 각 층마다 성명서를 붙였다. 이들은 안창호 위원장과 이충상·김용원 상임위원에게 항의 면담을 요청하기도 했으나 성사되지는 못했다.
20일 인권위 지부는 인권위 사무실에 부착한 성명서에서 “우리는 거부한다. 막말과 비하 발언을 일삼는 김용원, 이충상 위원을!!”이라고 적은 뒤, “지금 인권위에는 보편적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차고도 넘친다”고 개탄했다.
이날 성명은 전날과 한주 전 상임위원회에서 ‘2024년 상반기 보상금 지급계획(안) 의결의 건’을 언급하던 도중 김용원·이충상 위원이 “입 좀 닥치라”는 등 동료 위원을 향해 막말을 하고, 인권단체 등 보상금 지급 대상자와 조사관까지 ‘유착 관계’ 등의 표현을 통해 근거 없이 비난한 데 따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창호 위원장이 두 위원의 의견에 동조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결국 일부 보상금 지급 배제가 결정됐고 직원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전날 오후 문정호 전국공무원노조 인권위 지부장 등은 막말 주의 환기, 직원 겁박·비하·모욕 등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안창호 위원장 등과의 면담을 하고자 했다. 하지만 안 위원장과 이충상 위원은 조퇴한 상태였고, 김용원 위원은 이를 거부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 지부는 오후 7시 이후 인권위가 입주한 서울 중구 나라키움저동빌딩 10~15층에 김용원·이충상 위원의 막말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붙였다.
인권위 지부는 성명에서 “재판 중 판사가 막말을 하면 인권위는 시정 권고를 합니다. 하여 두 상임위원의 막말은 여지없이 인권위 진정 조사 대상이지만 이제 세상 사람들도 압니다. 지금 인권위 현실에서 이 조사가 가당키나 합니까”라면서 “인권위에서 일하고 있다는 게 자랑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명예와 자부심은 다 어디로 갔습니까. 지금 인권위에는 보편적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차고도 넘칩니다”라고 적었다.
이들은 이충상 위원에 대해선 “사표를 제출할 때의 마음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입증하십시오. 인사가 나길 기다리지 마시고 내일부터 그냥 출근하지 않으시면 됩니다”라고 했다. 김용원 위원에 대해선 “막말을 멈추십시오. 위원님의 ‘브레이크 없는 벤츠’가 얼마나 위험한 차인지 인권위 직원 모두가 알았으니 이제 그걸로 충분합니다”라고 성명을 맺었다.
인권위 직원들은 “막말도 문제지만 ‘보상금 지급’에 대해 두 위원이 보인 태도가 터무니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직원은 “이미 소위원회에서 결정이 난 사건 중에서 매년 조사관이 지급 대상자를 제안해 절차에 따라 결재받아 올리는 것인데 마치 조사관과 지급 대상자가 유착이나 동업 관계인 것처럼 몰아붙이고 편향 운운하며 감사까지 들먹여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우리는 거부한다! 막말과 비하 발언을 일삼는 김용원, 이충상 위원을!!
“입 좀 닥치세요”
(2024. 12. 19. 상임위원회에서 김용원 위원이 다른 인권위원에게 한 말)
내가 쓰는 언어는 내가 누구인지를 말해줍니다. 언어가 존재의 집인 이유겠지요. 폭언을 일삼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내상으로 평생을 고통받습니다. 그 고통은 감히 말 따위로는 표현할 수 없습니다. 인간은 연약하기에 언어로도 베일 수 있습니다.
한강 작가는 끊임없이 자문했습니다. 사람이 태어난 이유는 무엇인지, 세상에 고통과 사랑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우리가 이 세상에 잠시 머무는 의미는 무엇인지 말입니다. 그리고 또 묻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인간으로 남아 있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리고 답합니다. 언어는 매 순간 우리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묻는다고요. 인간의 말이 체온을 지니는 이유겠지요.
재판 중 판사가 막말을 하면 인권위는 시정 권고를 합니다. 하여 두 상임위원의 막말은 여지없이 인권위 진정 조사 대상이지만 이제 세상 사람들도 압니다. 지금 인권위 현실에서 이 조사가 가당키나 합니까.
인권위에서 일하고 있다는 게 자랑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명예와 자부심은 다 어디로 갔습니까. 더 이상 ‘인권감수성’을 운운할 수 없습니다. 너희나 잘하라는 타박을 듣게 될 테니까요. 지금 인권위에는 보편적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차고도 넘칩니다.
가혹행위가 일어나는 상황을 마주하면서도 무엇도 할 수 없다는 참담함에 출근 자체가 고역이라는 동료들이 늘어만 갑니다. 그렇게 우리의 영혼은 우리도 모르게 매일 조금씩 부서져 나갑니다.
이충상 위원은 사표를 제출할 때의 마음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입증하십시오.
인사가 나길 기다리지 마시고 내일부터 그냥 출근하지 않으시면 됩니다.
김용원 위원은 막말을 멈추십시오. 위원님의 ‘브레이크 없는 벤츠’가 얼마나 위험한 차인지 인권위 직원 모두가 알았으니 이제 그걸로 충분합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국가인권위원회지부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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