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2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에 도착해 박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있다. 당선자 대변인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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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뭘 체포를 해라, 뭐 끌어내라 하는 그러한 용어를 쓰신 적은 없는 것으로, 없다고 들었습니다. 또 대통령께서 절대 시민들과 충돌하지 마라, 지시와 당부를 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 대통령이 체포의 ‘체’자도 얘기한 적 없을 뿐만 아니라.” (2024년 12월19일 석동현 변호사(윤석열 대통령 대리인단)의 기자간담회 발언)
“(최순실씨는) 뇌물이나 이상한 것 뒤로 받고 그런 것은 하나도 없고, 그저 맡은 일 열심히 한다고 죽 그동안 해 온 것으로 저는 알고 있고.” (2017년 1월1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 신년 기자간담회 발언)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장외 여론전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탄핵심판 관련 헌법재판소의 서류는 수취 거부하고, 수사기관의 출석 통보에도 일절 응하지 않으면서 아직 선임계도 내지 않은 예비 변호인단을 통한 ‘장외변론’에 열중이다. 윤 대통령의 장외변론은 8년 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모습과 ‘데칼코마니’를 이룬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탄핵소추가 의결돼 직무가 정지됐음에도 수사협조엔 응하지 않은 채 기자들을 불러 자기 항변에 몰두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이런 박 대통령의 모습에 대해 ‘헌법수호 의지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변호인 없다’ 이유로 출석엔 응하지 않고 ‘장외 여론전’
윤 대통령 대리인단인 석동현 변호사는 지난 17·19일 두 차례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17일 간담회는 당일 자신의 사무실을 찾은 기자들의 질문에 응답하는 방식으로 즉석에서 자리가 마련됐다. 19일은 석 변호사가 기자들에게 먼저 제안해서 간담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장소도 검찰 기자실이 있는 서울고검 앞으로, 시간도 오후 2시로 석 변호사가 기자들에게 공지했다. 윤 대통령은 아직 공식적으로 대리인단을 선임하지 않은 상태며, 이를 이유로 수사기관 출석 통보에도 응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 자리에서 석 변호사는 “윤 대통령은 (12·3 내란 당시) 체포의 ‘체’도 얘기한 적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의결 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하셨다”(곽종근 특전사령관) “계엄 당일 오후 11시 37분 이후 윤 대통령이 6차례 전화를 걸어 ‘계엄법 위반이니 체포해, 잡아들여’라고 국회의원 체포를 지시했다”(조지호 경찰청장) 등의 진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이다. 석 변호사는 이틀 전 간담회에선 12·3 내란사태에 대해 “(내란이 아닌) 소란 정도”라고 말해 궤변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6일 헌재가 보낸 탄핵심판 변론준비기일 통지서 등을 닷새째인 20일까지도 수취하지 않고 있는 등 각종 절차에 응하지 않으면서, 법정 밖에서 자기에게 유리한 이야기만 하는 건 과거 박 전 대통령이 썼던 수법과 동일하다. 검찰·특검의 소환 등에 응하지 않던 박 전 대통령도 탄핵심판이 진행 중인 지난 2017년 1월1일 신년간담회를 열어 청와대 기자들을 만난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씨는) 뇌물이나 이상한 것 뒤로 받고 그런 것은 하나도 없다”며 “그저 맡은 일 열심히 한다고 죽 그동안 해 온 것으로 저는 알고 있다”고 말하는 등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국정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고선 박 전 대통령은 헌재의 요구에도 탄핵심판 변론에는 한 차례도 출석하지 않았다.
장외여론전으로 지지층 결집 노려
박 전 대통령과 윤 대통령의 이런 행태는 전형적인 ‘장외 여론전’으로 볼 수 있다. 법적 절차에 응하기보다는 여론전에 집중해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것이다. 탄핵소추 의결 전인 지난 12일 담화 때 ‘종북 주사파’ 등 ‘강성보수 언어’를 쏟아냈던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을 받는 와중에도 12·3 내란에 대한 반성 없이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 대해 윤 대통령이 탄핵 심판 결과와 상관없이 우파 결집을 통한 정치적 재기를 노리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당연히 탄핵 심판에 좋게 작용할 리 없다. 윤 대통령은 앞선 담화들에서 12·3 내란사태에 대한 정치적·법적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탄핵심판 경험이 있는 한 전직 재판관은 “(탄핵심판 절차에는 응하지 않으면서 장외변론을 펼치는 게) 그게 바로 헌법 수호 의지가 없다는 표징이 되는 것이다. 탄핵 심판의 최종적 판단은 (피청구인이) 헌법 수호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매우 부정적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도 그의 ‘뻗대고 여론전’은 중요한 파면사유 중 하나가 됐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소추 의결 전 대국민 담화에서 국정농단 관련 수사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에 대해 재판관들은 탄핵 인용 결정문에서 “(박 전 대통령은) 국민을 상대로 진실성 없는 사과를 하고 국민에게 한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며 “이러한 언행을 보면 피청구인의 헌법수호 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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