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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말이면 어려운 이웃을 위한 성금을 놓고 사라지는 전북 전주시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다녀갔다. 천사의 선행은 올해로 25년째다.

20일 전주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26분께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 익명의 전화가 걸려와 “주민센터 부근 기자촌 음식점 맞은편 탑차 아래에 성금을 놓았으니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말했다.

전화를 받은 직원은 “40∼50대 남성 목소리였다”고 전했다. 주민센터 공무원은 현장에서 A4 복사 용지 박스 안에 담긴 현금 다발과 돼지 저금통, 편지를 발견했다. 편지에는 ‘소년 소녀 가장 여러분 따뜻한 한 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쓰여 있었다.

상자에 담긴 성금은 5만 원권 묶음 8000만원을 포함해 8003만 8850원. 이로써 얼굴 없는 천사가 놓고 간 누적 성금은 모두 10억 4483만 6520원에 달한다.

2019년에는 노송동주민센터 인근에 놓고 간 6000만여 원의 성금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으나 천사의 선행은 이어졌다. 전주시는 천사의 뜻에 따라 성금을 노송동 지역의 소년 소녀 가장과 독거노인 등 어려운 계층을 위해 쓸 예정이다.

이 천사는 2000년 4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58만 4000원을 놓고 간 것을 시작으로 매년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씩 놓고 가면서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전혀 드러내지 않아 ‘얼굴 없는 천사’로 불린다.

그가 기부한 성금은 생활이 어려운 노송동 주민과 학생에게 연탄·쌀·장학금으로 전달됐다. 전주시는 ‘얼굴 없는 천사’의 뜻을 알리기 위해 노송동주민센터 일대 도로를 ‘얼굴 없는 천사도로’로 조성하고 ‘얼굴 없는 천사비’를 세우기도 했다. 아울러 100년 후 전주의 보물이 될 것이라는 취지에서 ‘미래유산’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10월 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하고 매년 나눔 행사를 펼치고 있다.

김정욱 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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