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원 기자 '오염된 정의'
저자는 2021년 4월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 보도를 언론의 참담한 실패 사례로 꼽았다. "특정인을 살인범으로 몰아 피해자를 만든 점에서 악질적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자들이 "부장이 쓰라고 시켰으니까, 다들 그렇게 썼으니까" 등의 핑계로 성찰과 각성 없는 기계적 수행으로 거대한 악을 구성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유튜브 사이버 래커들의 무분별한 방송행태도 비판했다.
하지만 레거시 미디어라 불리는 기존 매체들도 다들 ‘디지털 팀’, ‘온라인 팀’ 등의 이름의 사이버 래커를 운영하고 있지 않은가. 해당 이슈를 무분별하게 계속 확대 재생산한 곳이 주로 이 팀이었다. 저자가 설명한 것처럼 소비자의 선호가 강하면, 오보일지언정 소비자가 원하는 뉴스를 팔아 얻는 이득이 손실을 압도한다. 탐사·심층보도보다 품은 적게 들지만 클릭 수는 더 많을 확률이 높다. 그 때문에 기꺼이 이 유혹에 손을 담그고 있다.
하층에는 더 어두운 문제도 있다. 언론이 해당 건에 있어 더 큰 문제는 언제든 회사들이 온라인 뉴스팀을 손절할 준비를 하고 운영한다는 점이다. 대다수의 언론사가 해당팀을 인턴이나 계약직으로 운영하고 있다. 국내 최고의 언론사라고 불리는 어떤 회사는 아예 신문업에 등록하지 않은 자회사로 온라인 기사를 쓰는 팀을 운영하고 있다. 책임은 최대한 줄이고 이윤은 최대한 늘리려는 것이다. 이른바 정규직 기자들은 대신 손에 피를 묻혀주는 그들을 외면하기도 한다. 우리 안의 이 구조가 언론을 더 병들게 하고 있다.
모두가 이 행태를 버리면 언론은 더 건강해질 수도 있겠다. SNS, 커뮤니티를 퍼 나르는 기사라도 저널리즘 규범에 철저히 맞춰 공들여 쓰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죄수의 딜레마처럼 이를 포기하지 않는 누군가가 나올까 봐 모두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왜곡된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좋은 저널리즘을 구현하기가 어렵다. 당장의 이득을 추구하다 때로 크게 실패하고 결국 언론계 전체가 신뢰를 잃는 구조다. 언론의 상업적 성공과 저널리즘적 성공이 불일치하는 이 딜레마가 나는 괴롭다"고 했다. 좋은 기사가 좋은 보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재 상황은 분명 문제가 있다. 우리 스스로가 이 딜레마를 강화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언론처럼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스스로가 오히려 현재를 갉아먹으며 사는 산업이 있을까. 다른 누군가가 언론의 문제가 해결해 줄 리 없다. 결국 스스로 나서야 한다. 그것이 언론의 상식과 원칙이 되길 희망해본다.
오염된 정의 | 김희원 지음 | 사이드웨이 | 308쪽 | 1만8000원
이근형 기자 ghle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