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한 은행 대출업무 창구.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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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高(고)’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서민경제에 경고등이 켜졌다. 빚을 갚지 못한 이들이 채무 조정을 신청한 건수는 현재까지 약 18만명으로 올해 역대 최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법인의 파산 건수도 이미 지난해 전체 규모를 넘어섰다.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신용회복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 말까지 신복위 채무조정 신청 인원은 17만9310명으로 집계됐다.
채무조정은 생활고 등으로 빚을 갚기 어려워진 대출자들을 위해 상환 기간 연장, 이자율 조정, 채무 감면 등을 해주는 제도다. 이달 수치까지 합산하면 이미 지난해 전체 채무조정 신청자(18만4867건)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채무조정 신청은 코로나19 시기였던 2020~2022년 12만~13만명대를 나타냈으나 지난해 18만명대로 급증했다. 특히 지난달 자영업자 채무조정 신청은 2만6267건으로 지난해 기록(2만5024건)을 뛰어넘었다. 개인 채무조정 신청은 15만2953건으로 지난해(15만9843건)의 95.7%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법인 파산도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는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이 장기화하고 내수 부진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사건은 1745건으로 역대 최다였던 지난해 전체 건수(1657건)을 넘어섰다.
법인 파산 선고(인용 건수)도 1514건으로 역대 최다다. 지난해 전체 건수(1302건)보다 16.3%가량 늘었다.
개인 회생 신청 건수는 올해 11월까지 11만9508건으로 역대 최다였던 지난해 전체 건수(12만1017건)에 근접한 상황이다.
개인 파산도 늘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이 낸 올 상반기 개인도산 통계에 따르면 1억원 이하의 채무를 부담하는 채무자들의 비율은 개인파산이 45.5%, 개인 회생이 54.7%로 나타났다. 다만, 개인 파산의 경우 3억원을 넘는 채무를 부담하는 채무자들이 개인 회생보다 약 2.73배 많았다. 개인파산은 50대 이상의 채무자 비율이 77.19%로 높았다. 개인 회생의 경우 30~49세의 비율이 절반이 넘는 57.9%를 차지했다.
서민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 2배 수준으로 급등했다. 자금 사정이 나빠진 서민들이 빚을 갚기 힘들어지면서 취약차주를 대상으로 한 정책상품의 연체율은 역대 최고치로 올랐다.
최저신용자를 지원하는 서민 정책금융상품인 ‘햇살론15’의 지난달 말 연체율은 25.5%를 기록했다. 햇살론15 대위변제율은 2020년 5.5%에 불과했지만 2021년 14.0%, 2022년 15.5% 등으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21.3%로 20%대에 처음 진입한 뒤 올해에도 상승세가 꺾이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관련 중소법인의연체율은 0.74%로 전년 동월(0.59%) 대비 0.15%포인트 올랐고, 개인사업자 연체율은 0.65%로 전년 동월(0.51%) 대비 0.14%포인트 올랐다.
이 의원은 “제도권 금융을 활용하기 어려운 저신용자나 저소득층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선제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며 “서민정책금융 안정적 공급을 위해 반드시 추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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