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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자 "내 이름 쓰지마" 공연 떠났다…오페라 투란도트, 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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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어게인 2024 투란도트 무대 디자인. 사진 제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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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덕션과 완전히 결별한다.” 이탈리아의 오페라 연출가 다비데 리버모어가 한국의 오페라 ‘투란도트’를 비판하며 공연을 떠났다.

리버모어는 22일 기자들에게 e메일로 보낸 보도자료를 통해 “오페라 제작사의 일방적이고 지속된 변경으로 인해 연출 작업이 불가하다”며 “수준이 크게 떨어지는 ‘투란도트’를 내 작품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완전히 결별한다”고 전했다.

리버모어는 올해 6월 이탈리아 스칼라 극장에서 ‘투란도트’의 새 프로덕션을 연출했으며, 이달 22~3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대형 오페라 ‘투란도트’의 연출을 맡았다. 이번 ‘투란도트’ 공연은 2003년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렸던 야외 공연을 기념하며 ‘어게인 2024 투란도트’라는 제목으로 계획됐다. 올해 '투란도트'의 작곡가인 지아코모 푸치니의 서거 100주기를 기념해 기획된 오페라였다. 제작사는 투란도트문화산업전문회사이고 박현준(한강오페라단 단장) 감독이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리버모어가 제기한 문제는 제작사가 2003년의 ‘투란도트’ 연출가였던 장이머우 감독의 버전을 강요했다는 점이다. 리버모어는 “제작진이 장이머우 감독의 무대 동선을 복사하도록 강요했으며 이는 아마추어 수준의 권위주의적 강요였다”고 주장했다. 박현준 감독은 2003년 장이머우 버전의 투란도트를 선보였다.

리버모어는 “이번 공연은 수준이 크게 떨어졌다”는 주장과 함께 “2003년에 했던 쇼의 안무까지 당시 제작사가 소유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또한 “계약상의 지불 의무도 이행하지 않았다. 한국 도착 첫날 받기로 했던 개런티를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리버모어는 또 "나의 예술적 수준이 이 공연과 관련되거나, 내 이름과 얼굴을 이용해 티켓을 판매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현준 감독은 “연출가가 제작진의 의도를 전혀 경청하지 않았고, 자신의 연출도 거의 한 것이 없는데 개런티만 요구하는 비상식적인 행동이다”라고 비난했다. 22일 중앙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박 감독은 “2003년 ‘투란도트’의 맥락을 이어가야 하는 공연인데 이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 합의 없이 무대 동선 등을 정하려 해 함께 공연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연출에서 빠지기로 하고 개런티 절반을 지급하기로 약속했는데 바로 이 약속을 뒤집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투란도트’는 총연출자를 박현준 감독으로 바꿔 공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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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 다비데 리버모어.


‘어게인 2024 투란도트’는 대규모 오페라로 주목을 받았다. 코엑스의 특설 무대에 대형 세트를 설치하고 황금을 모티브로 한 LED를 주요 장치로 내세웠다. 지휘자는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쿠라, 파올로 카리야니 등 3명이며 최근 세계에서 주목을 받는 소프라노 아스믹 그리고리안을 비롯해 테너 유시프 에이바조프, 브라이언 제이드 등이 캐스팅 됐다. 총 제작비 규모를 약 200억원으로 공개한 제작사는 티켓의 최고 가격을 100만원으로 책정했다.

리버모어는 유럽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연출가로 특히 2018년부터 밀라노 스칼라 극장과 협업해 베르디 ‘아틸라’, 푸치니 ‘토스카’ 등을 연출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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