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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트럼프 규제 완화 공약과 충돌…떨고 있는 공정위 ‘빅테크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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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의, 한국 규제안에 재차 반대…의회는 ‘무역 보복’ 법안 발의

새 정부 출범 전 법안 통과 계획, 계엄사태로 중단…동력 상실 우려

방치 땐 AI 등 주도권 경쟁 불리…공정위·국회, 논의 재개 잰걸음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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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디지털플랫폼 규제 방식에 대해 여전히 우려한다.”

미국상공회의소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찰스 프리먼 아시아 담당 수석부회장 명의의 성명을 내고 이같이 밝혔다. 올 초에도 비슷한 입장을 표명했던 미국상공회의소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한 달여 앞두고 한국 정부의 플랫폼 규제안에 재차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이다.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면 한국 정부가 추진해온 빅테크 규제도 동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의회에는 플랫폼 규제에 무역 보복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도 발의돼 있다.

그러나 규제 공백이 커질수록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주도권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어, 정부 입장에선 마냥 미룰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이에 국회도 최근 공청회를 열고 12·3 비상계엄 사태로 중단됐던 온라인플랫폼 규제 관련 논의를 재개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9월 발표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시장지배적사업자 조건을 충족하는 기업에 자사우대·최혜대우 등 4대 법 위반 행위에 대한 증명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 적용 예상 기업은 구글·애플·아마존·메타·네이버·카카오 등이다. 미국 빅테크 기업만 4곳에 달한다.

문제는 이 같은 규제가 트럼프 정부의 기조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AI 행정명령’ 폐지 등 빅테크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AI 행정명령은 정부가 빅테크의 AI 개발 과정을 관리·감독할 수 있는 제도다. 캐럴 밀러 미 공화당 하원의원은 지난 9월 ‘미국·한국 디지털 무역 집행법안’을 발의했다. 구글·애플 등 플랫폼 기업이 한국의 입법 조치로 불이익을 받으면 무역 보복을 가능토록 하는 내용이다.

미국 싱크탱크 정보기술혁신재단도 지난 9일 “한국 플랫폼 규제법이 차기 미국 정부 기조에 맞지 않으며 새 행정부의 반발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트럼프 1기 정부에서 관세 보복을 위협해 규제를 철회시킨 전례도 있다. 프랑스가 구글·애플을 겨냥해 디지털세를 도입하려 하자 미국 정부는 프랑스산 와인과 치즈에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놔 결국 디지털세 적용을 유예시켰다.

당초 정부는 트럼프 정부 출범 전에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마찰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계엄 사태로 논의가 중단되면서 기존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사전지정제를 포함한 온라인플랫폼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어 여야 간 입장차도 있다.

다만 빅테크 규제를 마냥 늦추다가 AI 등 신산업 시장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공정위는 최근 ‘생성형 AI와 경쟁’ 보고서에서 소수의 빅테크 기업들이 수직계열화를 통해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해외 주요국도 빅테크 규제에 나섰다는 점을 고려하면 업계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남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장은 “현실화하지 않은 통상마찰을 이유로 빅테크 규제를 계속 미룰 수도 없는 일”이라며 “시장지배력이 높은 구글 등 빅테크를 적시에 규제하지 못하면 사후 처벌로는 왜곡된 시장을 교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국회도 계엄 사태로 일시 중단됐던 입법 절차를 최근 재개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18일 비공개 공청회를 열고 플랫폼 규제 방안을 논의했다. 여야 모두 빅테크 규제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어 이르면 1월 중에라도 합의안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통상마찰 우려 등은 입법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된 요소”라며 “향후 국회의 법안 심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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