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정상화, 은행-비은행 시너지 과제
내부통제, 체질 개선 통한 건전성 강화 필수
▲ 이환주 국민은행장 후보 |
[한국금융신문 김성훈 기자] 영업통으로 불리는 이호성 하나은행장 후보, 정진완 우리은행장 후보와 달리 이환주 차기 국민은행장의 수식어는 '재무통'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재무통'에 기대하는 것이 '내실 강화'임을 고려하면, 이환주 후보가 받은 과제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 후보가 홍콩 ELS 사태와 대규모 금융사고로 무너진 고객 신뢰를 회복하고, 비은행과의 연계를 강화해 은행의 실적을 바로 세우는 데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한다.
18일 KB금융지주에 따르면 KB금융그룹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는 지난달 27일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를 KB국민은행장 후보로 추천했다.
이 후보가 '재무통' 외에도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의 측근', 'KB금융 계열사 출신 첫 행장' 등 다양한 수식어를 가진 만큼, 국민은행 내부뿐만 아니라 업계에서도 차기 국민은행장의 경영 전략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ELS 손실 회복·KB뱅크 정상화 과제···'재무통' 역할 해내야
금융업계에서는 이 후보가 먼저 해결해야 할 숙제로 '실적 정상화'를 꼽는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으로 인한 손실이다. H지수 ELS 최대 판매사로서 손실 관련 대규모 충당부채 등으로 인해 리딩뱅크 자리를 내준 상태다.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 617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 감소해 시중은행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도 모두 하락세다. 국민은행의 3분기 ROA는 0.62%로 전년 대비 0.1%포인트 떨어졌고 ROE도 9.60%로 1.45%포인트 낮아졌다.
2018년 인수한 인도네시아 법인 'KB뱅크(옛 부코핀은행)'의 적자에 대한 부담도 커지는 상황이다.
KB뱅크의 손실은 지난 2020년부터 이어지고 있는데, 작년에도 2613억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손실 규모는 1861억1600만원에 달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부코핀은행에 대해 굉장히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검사를 통해 점검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어, 흑자전환이 더욱 시급해졌다. 국민은행은 KB뱅크의 흑자전환 시기를 내년으로 보고 있다.
비은행 노하우로 시너지 극대화, 비이자이익 강화 기대
KB금융지주는 이 후보가 은행과 비은행간 시너지를 극대화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리 환경 악화로 이자수익 감소가 예상되면서, 시너지를 통한 수익다각화가 중요해지고 있어서다.
이 후보는 국민은행 개인고객그룹 전무,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KB금융지주 재무총괄(CFO) 부사장 등 일선과 지원을 모두 경험한 인물이다.
여기에 KB라이프생명 대표로서 비은행 부문 노하우까지 쌓아온 만큼, 그룹 계열사들이 유기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만들 적임자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특히 고령화 시대를 맞아 요양 사업에 진출하는 등 신시장을 개척한 경험을 바탕으로, WM 부문에서 시니어 고객 맞춤형 새로운 서비스 등을 개발하는 등 비이자이익 확대를 통한 수익다각화에도 직접 기여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건전성 강화도 중요···'체질 개선' 필요성 커져
정국 혼란 등 국내외 문제로 경기 변동성이 커지면서 건전성 관리도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4대 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을 보면 국민은행이 가장 높은 0.37%를 보였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0.23%, 신한은행이 0.25%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수치 자체는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지만, 고정이하여신비율이 감소 없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은 문제다.
비율이 등락을 반복하는 다른 시중은행과는 달리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0.25%에서 올해 6월말 기준 0.37%까지 계속해서 증가했다.
특히 국민은행은 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맞는 '개인사업자'에 대한 여신 규모가 4대 은행 중 가장 크기 때문에, 리딩뱅크 탈환과 사수를 위해서는 체질 개선이 필수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올해 상반기 기준 개인사업자 여신 규모는 90조 4250억원으로, 51조 100억원인 우리은행과는 39조원 이상 차이가 난다.
KB금융 계열사 대추위도 이환주 후보자 추천 배경에 대해 "국민은행의 내실 있는 성장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고 자본 비용 효율성 중심의 체질 개선을 통해 기업 및 주주가치를 높일 적임자"라고 전한 만큼, 추후 이 후보자의 건전성 관리 방안이 주목된다.
내부통제·신뢰 회복 관건···'금융사고 최다' 꼬리표 떼야
이 후보자는 대추위의 추천 발표 후 "금융의 기본은 신뢰"라며 "국민과 이해관계자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도록 내부통제 체계를 고도화 하겠다"고 언급했다.
국민은행에서 벌어진 대규모 금융사고를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올해 3분기 기준 가장 많은 금융사고를 낸 은행은 총 22건을 기록한 국민은행이다.
특히 최근 금융감독원 정기검사 결과에서 업무상 배임 2건, 사기 1건 등 총 147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하면서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
국민은행은 관련 직원에 대한 인사 조치와 형사고소 등 즉각 대응에 나섰지만, 내부통제 시스템의 부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 같은 문제로 최근 금융감독원의 금융소비자보호 실태 평가에서도 '미흡' 등급을 받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 후보가 KB라이프생명 대표로 재임하면서 푸르덴셜생명보험과 KB생명보험의 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끌 만큼 조직관리 역량이 뛰어나기 때문에, 내부통제 시스템 고도화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 후보가 양종희 회장과 손발을 맞췄던 만큼, 지주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조직을 다잡고 통일성 있는 전략으로 은행 - 비은행 협력을 강화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성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voice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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