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바이오, 제임스박 새 대표로 내정…임무는 ‘대형 수주’
“후발주자로 틈새시장 노리기보단 차별화된 경쟁력 보여야”
[한국금융신문 김나영 기자] 롯데바이오로직스가 풍부한 수주 경험을 갖춘 인물을 새 수장으로 영입하며 CDMO(의약품 위탁생산개발) 시장 연착륙을 꾀한다.
여기에 오너 3세인 신유열까지 가세, 점차 치열해지는 바이오 패권 전쟁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일 제임스박 전 지씨셀 대표를 차기 대표로 내정했다.
이로써 이원직 전 대표는 임기 2년을 마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제임스박 내정자는 임시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거친 후 신임 대표이사로 정식 선임될 예정이다.
박 내정자는 글로벌 제약사 머크(Merck),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영업센터장을 지낸 뒤 최근까지 세포·유전자치료제 전문기업인 지씨셀의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박 내정자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에서 다수의 기술이전 등을 성공시키며 '전략통'으로 꼽히던 인물이다.
BMS 재직 시절엔 의약품 공정개발과 품질관리(CMC) 분야 실사에 참여해 기술이전과 인수합병(M&A) 등을 총괄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몸담았을 땐 글로벌 기업과의 수주 계약을 성사시켰고, 지씨셀에서도 회사의 주력 제품인 항암면역세포치료제 '이뮨셀엘씨(Immuncell-LC)주'의 기술이전을 주도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측은 "박 신임 대표는 경영 전반에 걸처 전문성과 글로벌 수주에 탁월한 리더십을 가진 적임자"라며 선임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수장 교체는 '대형 수주'라는 롯데바이오의 과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회사는 출범 후 2년간 단 한 건의 수주도 창출하지 못하면서 업계의 우려감을 키운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롯데바이오 관계자는 "공장 건립이 어느 정도 이뤄져야 수주를 끌어모을 수 있다"면서 "내년부터 수주 계약이 점차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바이오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인천 송도에 총 36만 리터 규모의 생산시설 '메가플랜트'를 짓고 있다.
▲ 롯데바이오로직스 국내 바이오 플랜트 조감도. 롯데바이오로직스 |
하지만 업계의 시선은 정반대다. CDMO 사업은 매출로 잡히기까지 수년은 걸리는 만큼 공장 건립 전 수주 계약이 완료돼야만 한단 것. 한 업계 관계자는 "까다로운 심사와 인증을 거치고 매출로 잡히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기에 지금부터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수주를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최근엔 셀트리온도 CDMO로 진입하는 등 점점 시장이 과열되고 있는데 롯데바이오가 어떤 차별점을 보여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2027년 공장 가동도 수주가 우선돼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재 롯데바이오의 매출은 미국 시큐러스 소재 BMS 공장에서 나오고 있는데 이 공장마저 내년이면 CMO 계약이 종료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룹 차원에서 발등에 불 떨어진 심정으로 글로벌 수주 경험이 풍부한 박 신임 대표를 구원투수로 삼았을 거란 분석이다.
'오너 3세' 신유열 롯데지주 신임 부사장의 역할도 커질 전망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의 장남인 신 부사장은 지난 3월 롯데바이오로직스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업계의 눈길을 끌었다. 신 부사장은 현재 롯데바이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임하고 있다.
바이오 분야는 신동빈 회장이 "그룹의 미래 성장 동략"이라며 핵심 사업으로 점찍은 만큼, 내년부터 신 부사장이 실질적인 성과 창출을 위해 직접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롯데 측은 "앞으로 신 부사장은 CDMO 등 신사업의 성공적 안착과 핵심사업의 글로벌 시장 개척을 본격적으로 주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과연 롯데바이오가 업계의 회의적인 시선을 돌려놓을 수 있을까. 이미 론자, 우시바이오, 삼성바이오 등 글로벌 바이오기업들이 CDMO 시장을 꽉 잡고 있어 트랙 레코드(track record, 실적)가 부족한 롯데바이오가 틈새시장을 노리긴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식품 분야에서 후발주자더라도 틈새시장을 노리는 전략으로 성장해 온 회사"라면서 "하지만 바이오 분야는 트랙 레코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식품 부문에서 먹히던 전략을 바이오 사업에도 그대로 적용하기보단 롯데바이오만의 경쟁력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나영 한국금융신문 기자 steami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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