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과학기술회의·국가과학기술상 시상식·양원(중국과학원·중국공정원) 총회에 참석해 기조연설하고 있다. 시 주석은 "중국식 현대화는 과학·기술 현대화로 지탱해야 하고 고품질 발전은 과학·기술 혁신과 새 동력 육성으로 이끌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2024.06.25. /사진=민경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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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최근 만난 중국 연구자 및 관료들 모두의 공통된 평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열어갈 트럼프 행정부 2기가 1기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트럼프 1기는 말 그대로 중국과 투쟁의 기간이었다. 총칼만 들지 않았을 뿐 대대적인 경쟁이 경제와 외교 전반에서 내내 이뤄졌다. 트럼프 2기엔 보다 복잡다단한 국제정세가 개입하겠지만, 이번에도 미국의 '마지막 적'은 중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같은 맥락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 초부터 주장한 '신품질 발전'은 새해에도 최우선 과제가 될 전망이다. 해석은 다양하지만 가장 친숙한 표현으로 말하면 '양질전환'이다. 세계의 공장 노릇을 하며 덩치를 키워 온 중국이 이제는 더이상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상품 쏟아내기로는 버틸 수 없다는 의미다. 고도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하는 첨단기술의 영역으로 들어서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
부진에 빠진 중국 경제가 이를 기회로 선진국 경제로 전환할지, 아니면 제조업 중심의 중진국 경제로 남았다가 쇠퇴할지에 대한 전망과 해석은 분분하다. 하지만 낙관론도 비관론도 모두 양질전환의 성공 여부를 결정적 갈림길로 본다는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같다. 양적으로 성장해 'G2'에 오른 중국이 한 차원 수준 높은 국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질적혁신에 다다라야 한다는 거다. 절박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낙관론자들은 트럼프 2기를 기회로 본다. 중국은 트럼프1기 미국의 반도체 규제를 뚫고 첨단반도체를 장착한 화웨이 스마트폰을 줄지어 내놨다. 전기차 분야에선 비야디(BYD)가 분기 판매량 기준으로 테슬라를 넘어섰다. 한 중국인 연구자는 "미국의 첫 대중 제재 사례로 손꼽히는게 바로 원자폭탄 제재였는데, 중국은 이에 아랑곳 없이 원자탄 개발에 성공했다"며 "원자폭탄과 수소폭탄, 인공위성을 더한 '양탄일성'이야말로 중국에 대한 과학기술 제재가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걸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반면 신중론자들은 국제 정세와 그 안에서 중국의 역할이 위축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중국 내 한 한국인 전문가는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 비결은 △물밀듯 쏟아져들어온 외국인 직접투자(FID) △중국의 WTO(세계무역기구) 가입으로 인한 공급망 내 역할 부각 △중국 인재의 대대적 미국 등 선진국 유학을 통한 기술 유입 등 세 가지였는데, 지금은 모두 제대로 기능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사실상 시진핑 종신체제에 돌입했다. 정치와 경제는 물론 연구영역까지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외국인에 대한 개혁개방 확대를 외치고 있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믿는 외국기업은 없다. 물밀듯 자금이 빠져나간다. 올해 1~10월 FID는 전년 대비 29.8% 줄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5.7% 감소한데 비해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낙폭이 크다.
미국의 제재와 이에 대응하는 중국의 수출규제로 이제 중국을 공급망 내 상수로 여기는 나라는 중국의 전통 우방을 제외하면 많지 않다. 세계 각국은 언제든 중국이 수출을 틀어막을 가능성에 대비해 공급망 다변화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으로 향하는 중국 유학생 수도 급감하고 있다. 중국 대학 교수들 사이에선 "(이전엔 미국으로 갔을) 똑똑한 대학원생을 구하기가 쉬워져서 좋다"는 자조적 농담이 나온다.
세 가지 문제의 해법을 두고 연구자들 간 의견이 일치한다. 신뢰도 높은 개혁개방이 필수적이란 목소리다. 중국은 새해 5% 안팎의 GDP(국내총생산) 성장 목표를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떻게든 수치상으로야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국제 사회가 진정으로 중국을 판단하는 기준은 겉으로 보이는 숫자가 아니다. 중국 정부가 새해 계획을 세우며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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