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탄핵 후속 갈등 및 여당 내홍 수습이 이뤄져야 관련 논의에 착수할 수 있는 만큼, 이들 세법의 향방이 국회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행스럽게도 급한 민생현안이라도 추려 법안을 처리하자는 야당의 방침이 최근 세워지면서, 이런 정부의 추진 계획에도 우호적인 상황이 조성된 분위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 조세소위 단계까지 어느 정도 여야 합의를 이룬 세법 개정 내용들을 모아서 내년 초 임시 국회 등을 계기로 다시 통과를 추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장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가운데)이 지난 11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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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국회는 지난 10일 ‘2025년도 예산안’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동시에 내년도 세입에 큰 변동을 줘 예산안과 짝을 맞춰 처리해야 하는 ‘세입부수법안’도 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여야와 정부가 잠정 합의 단계까지 갔던 세법 개정 사안들도 모두 도려내졌다.
대표적인 것이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이라고도 불리는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다. 반도체는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됐다. 이와 관련된 대·중견기업에 15%, 중소기업에는 25%의 시설투자 세액 공제가 적용된다. 여야는 반도체에 적용되는 이런 세액공제율을 현행보다 5%포인트(p) 높이기로 합의한 바 있다.
임시투자세액공제도 마찬가지다. 임시투자세액공제란 기업이 직전 3년간 연평균 투자한 금액보다 더 큰 금액을 투자할 경우 증가분에 대해 10%p를 추가로 공제해 주는 제도다. 올해 말 일몰되는 이 제도를 2년 연장하고,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중견기업에만 적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는데, 본회의에 올라가지 못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 지원(조세특례제한법)도 아직 논의의 여지가 남아 있다. 한 계좌로 주식·펀드·채권 등 여러 금융상품에 투자하면서 절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ISA는 가입 시 투자액에 따라 배당·이자소득이 ‘비과세’되는데, 정부는 이런 비과세 한도와 납입 한도를 확대하고자 했다. 야당 관계자는 “ISA 세제 지원을 어느 정도 확대하자는 건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최종적으로는 합의할 사항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
상속·증여세는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정부가 개정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정책이다. 정부는 상속세 최고요율을 50%에서 40%로 낮추는 걸 골자로 하는 해당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본회의에서 부결돼 ‘폐기’ 처리됐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6일 “정부로서는 그 안에 있는 상속증여세 법안의 완화 내용을 다시 국회에 제출해서 빠른 시일 내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상임위에 여전히 계류 중인 여타 세법 개정 과제들과 달리, 상속·증여세는 법안을 다시 새로 발의해야 한다. 그간 여야가 협의한 상황을 보면 민주당은 당초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에는 반대했지만, 상속세 자녀공제액 확대(현행 1인당 5000만원)에는 어느 정도 협상의 여지를 내비친 바 있었다.
지난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소속 송언석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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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런 것들이 추진되기 위해선 국회의 상황이 뒷받침돼 줘야 한다. 여당이 현재 내홍 사태를 수습하느라, 정책 테이블에 앉아 제대로 협상할 상황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세법 개정 논의도 여타 현안들에 비해 후순위로 밀려 있다. 더욱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요구하고 나선 만큼, 추경에 대한 합의가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세법 논의가 ‘스타트’를 끊을 수 있을 것이란 예상도 있다.
국회도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는 있다. 국민의힘 소속 송언석 기재위원장은 지난 17일 열린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세법 관련해 여야 간 합의된 조세특례제한법이 본회의에 올라가지 못하고 기재위에 남아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여야 간사가 조속히 협의해 달라”고 언급했다. 야당 역시 쟁점이 없는 민생법안을 신속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은 동일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상법, 반도체특별법, 전력망확충법 등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심사 중인 민생경제 법안 86건을 빠르게 처리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재계에서도 여야 쟁점이 아닌 세법 개정 현안에 대해서는 조속히 불확실성을 해소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경제4단체 중 하나인 중소기업중앙회의 김기문 회장은 지난 17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민생 법안 세법 개정안에 여야 이견이 별로 없는 내용이 있다”며 “임시 투자 세액공제 연장이나 전통시장 카드 사용 소득공제 상향 등 사안은 하루라도 빨리 통과하면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소정 기자(so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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