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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운하 반환’ 트럼프 언급에 파나마 격앙 “1㎡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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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8월30일(현지시간) 컨테이너선이 파나마운하를 통과하고 있다. 파나마운하청 제공/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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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파나마운하가 미국 선박에 ‘바가지 통행료’를 부과하고 있다며 미국의 파나마운하 환수 가능성을 거듭 언급하자 파나마 정부가 발끈했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엑스(옛 트위터)에 게시한 4분30초 분량의 대국민 연설 영상에서 “파나마운하와 그 인접 지역은 파나마 국민의 독점적인 재산”이라며 “단 1㎡도 양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단호한 어조로 “국가의 영토 주권은 결코 타협할 수 없다”고 강조한 뒤 “운하는 우리가 완전한 자율성을 갖고 관리하는 자산으로서, 당국은 중립적이고 개방적인 운영을 사명으로 삼고 있다”며 통행료가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부과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통행료 문제를 제기한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애리조나에서 열린 정치 행사 연설에서도 거듭 미국 선박에 부과하는 파나마운하 통행료가 “터무니없고 매우 불공평하다”고 주장하며 “(미국이 파나마에 운하 소유권을 넘긴) 이 관대한 기부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파나마 운하를 미국에 완전하고 신속하고 조건 없이 반환하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행사가 끝난 뒤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운하 위로 미국 국기가 나부끼는 사진을 게시하며 “미국운하(United States Canal)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미국은 파나마운하 건설을 주도했고, 1914년 완공된 후 85년 가까이 파나마운하를 관리했다. 미국은 1977년 파나마와 협약에 따라 한동안 운하를 공동 관리한 뒤 1999년 파나마 정부에 운영권을 넘겼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파나마운하가 잘못된 손에 넘어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파나마 정부를 향해 중국과 운하 운영에 협력하지 말 것을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전날에도 자신의 SNS에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운하 운영권을 내줬을 때, 그것은 중국이나 다른 누구도 아닌 파나마가 전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것”이라며 “이 운하는 다른 이들의 이익을 위해 주어진 것이 아니라 단순히 미국과 파나마의 협력 표시일 뿐”이라고 썼다.

중국 정부는 파나마운하에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으나, 홍콩에 본사를 둔 중국계 기업 CK허치슨이 파나마운하에 인접한 항구 5곳 중 2곳을 관리해 왔다. 물리노 대통령은 “중국은 운하 관리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주권 국가에 대놓고 영토를 넘기라고 압박한 트럼프 당선인의 언급에 파나마 정치권도 격앙됐다. 파나마 최대 야당인 중도좌파 성향 민주혁명당(PRD)은 이날 “파나마운하는 ‘받은’ 게 아니라 우리가 되찾아 확장한 곳”이라고 성토했고, 파나마 의회 최대 의석(71석 중 21석)을 차지한 무소속 연합에서도 “우리 민족의 기억과 투쟁에 대한 모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간 최대 1만4000척의 선박이 통과할 수 있는 파나마운하는 전 세계 해상 무역의 2.5%를 차지하며, 특히 미국의 대아시아 무역에 매우 중요하다. 파나마운하청(ACP) 통계에 따르면 2024년 회계년도 기준 미국 선적 선박은 1억5천706만t의 화물을 실어 날라 압도적인 1위였다. 이는 2위 중국(4504만t), 3위 일본(3373만t), 4위 한국(1천966만t) 선적 물동량을 합한 것보다도 1.5배 많은 양이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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