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정부가 약 3년간 준비해 온 의약품 판촉영업자(Contracts Sales Organization·CSO) 신고제가 지난 10월 19일 시행됐다. 마침 시행일이 토요일이라 하루 전 18일부터 신고 접수가 시작됐고, 한꺼번에 1만 곳이 넘는 CSO가 신고서를 접수하면서 보건소마다 관계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상당 기간의 준비 과정과 7월 입법예고 후 업계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혼란이 있었다. 이는 주무 부서인 보건복지부의 탓이라기보다는 관련 부처에서 뒤늦게 여러 이슈를 제기한 탓이 큰 것으로 보이고, 업계에서도 정확한 사전 정보 없이 철저히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의료기기는 제약보다 4개월 늦게 2025년 2월 9일부터 CSO 신고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11월 입법예고가 이뤄졌고 한창 여론을 수렴 중이다. 특히 의료기기와 제약 CSO 신고의 가장 큰 차이점은 CSO 대표 및 임직원에 대한 교육 이수 의무가 12시간으로 24시간인 제약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이다. 또한 제약업계 CSO 신고 때 실무적으로 회사에 어려움을 줬던 대표이사에 대한 정신건강 관련 진단서가 의료기기 업계에는 적용되지 않아 조금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의료기기 업체들은 CSO 신고제들 앞두고 여전히 여러모로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많다. 먼저 업체들은 자사 또는 거래하는 대리점 등의 CSO 해당 여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의료기기 CSO 신고제의 핵심은 CSO로 신고하지 않고 의료기기 판촉 영업을 하는 업체를 처벌할 뿐만 아니라 CSO로 신고하지 않은 업체에 판촉 영업을 위탁한 업체도 처벌하기 때문이다. 처벌 수위 또한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으로 만만치 않다.
특히 판매업자로 신고하고 영업을 해 온 의료기기 업체도 숙박이나 식음료를 제공하는 '제품설명회'와 같은 판촉 영업을 하는 경우 별도로 판촉영업자로 신고해야 한다. 해당 부분은 소위 '코프로모션'(Co-promotion·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하고 판촉 영업을 해 온 제약업체들이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복지부는 현행 법률하에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이를 강행했다. 필자는 지난 10월 중순 참석했던 의료기기 CSO 관련 복지부와 의료기기 단체 3곳과의 간담회에서도 복지부 입장이 동일함을 확인한 바 있다.
그간 음성적으로 행해져 온 것으로 추정되는 대리점의 제품설명회가 수면 위로 올라올 것인지 아니면 기존과 동일한 양상이 관행처럼 지속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다만 의료기기 업체의 법적 리스크가 한층 커진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의료기기 제조·수입업체 입장에서는 대리점이나 기타 업체와 체결하고 있는 대리점 계약서나 의료기기 유통 계약서 등을 점검해 상대방이 판매촉진 업무를 하고 있다면 반드시 서면으로 판매촉진 업무 위탁계약서를 체결하고 향후 5년간 보관해야 한다.
기존 계약서에 법정 사항을 추가하거나 별도 위탁계약서를 체결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다만 곧 해가 바뀌는 만큼 2025년 계약을 갱신하는 업체들은 연말에 한꺼번에 해결하는 것이 향후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 될 것이다.
CSO는 앞으로 판촉 영업을 할 때 CSO 신고 및 지출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CSO의 대표자 및 판매촉진 업무에 종사하는 모든 임직원이 최초 신규교육과 그 이듬해부터 매년 보수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뿐만 아니라 행정처분으로 영업정지가 내려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밖에 판매촉진 업무를 재위탁 할 때에는 제조업자 등에게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
2023년 행해진 지출보고서 실태조사 보고서가 아직 공개되진 않았지만 필자가 비공식적으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의료기기 업계에서 CSO로서 지출보고서를 작성한 업체 수는 400여 개밖에 되지 않아 1만 곳이 넘는 제약업계와 큰 차이가 있었다. 이는 업체들이 CSO 정의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해 지출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거나 음성적인 제품설명회를 신고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만큼 숫자 왜곡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CSO 신고제가 시행되는 것을 계기로 의료기기 업체들이 법령과 컴플라이언스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 예측하지 못한 법적 리스크에 빠지는 것을 피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의료기기 유통 질서가 한 단계 더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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