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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스타트업도 AI가 대세 매의 눈으로 '진짜 AI' 찾아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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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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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국내 스타트업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극심한 투자 혹한기를 겪어야 했다.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경기 침체 기조와 더불어 증시가 얼어붙고 금리마저 높게 유지되면서다. 최근엔 정치권의 계엄 리스크까지 더해지며 이른바 해외 투자가 이탈하는 '셀 코리아'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더해지고 있다.

시장에선 소위 '번뜩이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곧 돈이 된다'는 불문율도 옛말이 된 지 오래라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투자 사이드의 자금 집행은 더욱 신중해진 탓에 초기 스타트업에도 보다 명확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원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때 유망 스타트업 명단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도 투자 선택을 받지 못해 사업을 축소하거나 결국 폐업 절차를 밟는 사례가 이어지는 등 국내 스타트업 시장에 대한 경고음은 쉽게 꺼지지 않을 분위기다.

이런 시장 상황과 맞물려 네이버의 스타트업 투자 전문조직 D2SF를 이끌고 있는 양상환 센터장은 최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냉정하게 말해 매력적인 투자처가 전보다 확실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앞다퉈 보수적인 투자 관점을 유지한 이면에는 '성장 가능성'을 발견할 만한 요소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실제로 국내 투자 업계에선 극초기·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우려 사항으로 '너도 나도 비슷한 류의 사업'을 하려는 창업가들의 모습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인공지능(AI)이다. AI를 개발하거나 관련 서비스를 하는 기업군 가운데 자체 기술력이 없거나 혹은 타사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데칼코마니 같은 스타트업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 때문일까. 더브이씨에 따르면 D2SF는 올해 4건의 스타트업 투자만 집행했다. 이는 D2SF가 설립된 2015년(2건)과 그 이듬해(3건) 다음으로 가장 낮은 수치다.

양 센터장은 네이버가 투자 경색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일부 시선에 대해 "투자 기조가 바뀐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투자에 신중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면서 "오히려 연간 1500여 곳의 스타트업을 검토하는 평년 기준을 이미 상반기에 모두 끝낼 정도로 공격적인 스탠스를 취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D2SF는 (출범 직후 줄곧) 제품조차 없는 상태에서 오로지 콘셉트와 스타트업 구성원이 갖고 있는 기술 역량을 전적으로 봐왔다"며 "달라진 지점이라면 (예년과 비교해 부쩍) 스타트업들의 색깔이 각양각색의 경쟁력이 없고 다 비슷비슷해졌다는 대목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즉 혁신성이 사라졌다는 얘기다.

양 센터장은 "현재 스타트업 시장은 남들보다 조금 더 잘하는 것을 시도하는 팀이 대부분"이라며 "각 사 간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전했다.

최근 시장의 자금이 AI에 집중되는 가운데 D2SF 역시 현재 투자 비중의 44%가 AI·데이터다. 기술 스타트업에 전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점에서 D2SF는 네이버의 우수 개발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이 스타트업이 가능성이 있는지를 가늠한다. 양 센터장은 "(코로나19 이전에는 한때) 국내 자본시장의 유동성이 너무 풀리면서 전반적으로 과잉 투자가 이뤄진다는 인상도 받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그때의 거품이 빠지고 (유망 섹터인) AI 기업에 대해서도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D2SF의 투자 목표는 명확하다. 네이버와 접점이 있는 초기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성장을 지원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단순 투자에 그치지 않고 네이버 임직원들이 나서 기술·사업적인 경험을 공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까지 D2SF는 기술 스타트업 110여 곳에 투자했다. 초기 투자 비율은 64%, 기업 간 거래(B2B) 기업이 81%로 다수를 차지한다.

눈여겨볼 점은 D2SF에서 투자한 스타트업의 생존율이 97%에 달한다는 지점이다. 전체 포트폴리오 중 후속 투자 라운드에 성공한 사례도 62%로 높은 편이다.

양 센터장은 "D2SF의 투자 포트폴리오사 중 아직까지 서바이벌(생존)하고 있는 스타트업이 90%대 후반이라는 것은 그만큼 변동성이나 경제 상황에 크게 좌지우지되지 않는 정도의 비즈니스 파이프라인이나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어떤 스타트업에 대해 D2SF는 투자 기회를 보고 있을까. 양 센터장은 '투자 1번지'로 주목받고 있는 AI를 예를 들었다. 그는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와 대규모언어모델 등 원천기술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스타트업보다는 AI에 또 다른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결합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기업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훨씬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AI에 대한 엄청난 자본 게임의 시대가 지나가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섹터별로 특화된 AI 기업의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AI가 로보틱스와 결합돼 기존 하드웨어에 국한된 것이 아닌 소프트웨어 단위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스타트업에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양 센터장은 "그게 헬스케어일 수도 있고 금융일 수도 있고 섹터는 다양할 것"이라면서 "기존에 있던 레거시 영역의 문제를 완전히 뒤집을 수 있는 기술 단위가 한 보 한 보 나아갈 때 추후 엄청난 파급력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D2SF가 투자해온 AI 기술기업 라인업을 봐도 양 센터장의 의견에 힘이 실린다.

특히 내년 1월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 2025'에서 혁신상 수상 명단에 오른 D2SF의 투자 스타트업 '젠젠에이아이'(생성형 AI를 기반으로 한 합성 데이터 생성 플랫폼), '가우디오랩'(AI 기반 오디오 솔루션), '누비랩'(AI 푸드 스캐너로 식습관 코칭) 등도 AI 응용에 최적화된 기업군으로 분류된다.

앞서 D2SF는 지난 10월 말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에 현지 사무소를 열며 본격적인 저변 확대에 나선 상태다.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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